‘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압도적 재계 순위 1위 빈 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산업 진출에 실패했다. 베트남 정부가 전 세계적으로 국제선 항공편이 멈춰선 상황에서 시장 규모를 확장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결과다.
20일 사이공타임즈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교통부는 전날 빈 그룹이 지난 3월 신청한 ‘빈펄에어(VinpearlAir)’의 항공사 설립 승인 요구를 최종 불허했다. 빈펄에어와 함께 신규 항공사 설립을 신청한 ‘비엣트래블에어라인(VietravelAirlines)’과 ‘카이트에어(KiteAir)’의 등록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통부는 “베트남 항공부문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전하고 있어 새로운 항공사 설립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항공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2022년 이후에 신규 항공사 설립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그간 항공산업 육성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항공시장이 처한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7월 대표여행사인 티엔 민 그룹(TMG)의 항공사 설립을 허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시장 확대를 도모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베트남 항공사들은 전체 214대의 여객기 중 절반 이상의 운항을 중단했고, 상반기에만 2조7,280억동(약 1,4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실제로 국적사인 ‘베트남항공(Vietnamairline)’은 최근 유동성 위기 해소책으로 보유 중이던 캄보디아 앙코르항공 지분 49%를 전량 매각하고 에어버스 A321-200 기종 5대도 3,700만달러(455억원)에 되파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태국과 필리핀은 베트남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태국은 전날 국영 ‘타이항공’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방만한 경영으로 지난해에만 120억밧(약 4,614억원)의 적자를 보더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 회생절차까지 밟게 된 것이다. 필리핀 ‘세부항공’도 이날 기존에 계획한 항공기 추가 구매를 취소하고 정부에 긴급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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