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정의연 전신’ 정대협서 추진 
 마포 쉼터에 나무 몇그루 심고 사업 종료 
 3년 넘게 후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남은 돈은 정의연 계좌에 넣어… 
 “펀딩 용도 이외 사용은 사기ㆍ횡령” 
길원옥 할머니가 지난 2016년 10월 18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열린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in 난징' 착공식 행사에 참석해 기념 식수를 트리플래닛 측에 전달하고 있다. 트리플래닛 블로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6년 사회적기업 2곳과 함께 중국 난징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숲을 조성하겠다며 4,000만원을 모금하고 실제로는 숲을 조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대협 등은 3년 넘게 후원자들에게 프로젝트 무산 사실을 공지하지 않은 채 서울 마포구의 쉼터 평화의집에 나무 몇 그루를 심는 것으로 사업을 종료했다. 후원금 잔액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계좌에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정대협은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 및 마리몬드와 함께 2016년 9월 29일부터 2017년 1월 13일까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숲 조성 프로젝트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in 난징’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한편으로 마리몬드는 프로젝트 기부 목적으로 ‘소녀와 숲’ 팔찌를 판매, 2,885만3,500원의 수익을 거뒀다. 마리몬드 수익금을 포함해, 약 3개월 동안 후원자 156명으로부터 모은 후원금은 4,045만4,911원이었다.

2016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개월간 정대협과 트리플래닛, 마리몬드가 중국 난징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숲을 조성하겠다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4,000여만원을 모금했다. 트리플래닛 블로그 캡처

난징 숲은 2015년 9월 정대협과 트리플래닛이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 조성한 ‘소녀 숲’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다. 중국 정부가 2015년 12월 세계 최대 규모의 일본군 위안소 유적인 리지샹 위안소에 유적박물관을 세우자, 정대협은 박물관 주변에 한중 합작 추모 공원을 조성해 일본의 만행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두 번째 소녀 숲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2016년 10월 18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착공식이 열렸다. 당시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참석해 기념 식수를 심는 시삽 행사를 진행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난징에 심어질 ‘기억과 평화의 나무’를 트리플래닛에 전달하며 “잘 심어서 잘 키워가지고 큰 나무 만들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모금 종료 한달 후인 2017년 2월 10일 트리플래닛은 네이버 블로그에 숲 조성 진행 소식을 알렸다. 트리플래닛은 “현재 난징시 정부와 착공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난징시 정부의 심의가 통과 되는대로 박물관에 숲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프로젝트는 당사자 협의를 통해 조용히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후원을 진행했던 인터넷 사이트(www.nabiforest.org)도 폐쇄됐다.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2017년 당시 정대협, 마리몬드 측과 논의한 결과 국내 숲 조성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나무 몇 그루를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마포구 쉼터 평화의집에 심고 후원금 잔액은 마리몬드 측이 정의연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전했다. 정대협과 트리플래닛, 마리몬드는 프로젝트 무산 사실을 후원자, 팔찌 구매자 등에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몬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담당자가 변경돼 내용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해외에 추모 공원을 조성한다며 받은 후원금이 정의연 계좌로 흘러 들어간 것을 두고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사무소 스프링앤파트너스의 황경태 변호사는 “기부금을 모금할 때부터 난징에 숲을 조성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거나 본래 밝힌 용도 외에 기부금을 사용했다면 사기나 횡령 혐의 적용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연 측은 프로젝트 무산 과정이나 후원금 유용 의혹과 관련한 취재 문의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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