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심화한 미중 갈등을 존재감 부각 계기로 활용 의지
美, 대만 총통 취임식 최초로 국무장관 축하메시지 보내 우호 과시
中 “‘하나의 중국’ 원칙에 계속 도전하면 크고 쓰라린 실패 맛볼 것”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20일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를 수용할 수 없다”며 “국제기구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만을 고리로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을 십분 활용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한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차이 총통은 4년 임기의 집권 2기를 시작한 이날 취임사에서 “베이징 당국이 대만을 강등시키고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현상 유지를 허물기 위해 일국양제 표현을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화ㆍ대등ㆍ민주ㆍ대화의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스스로 ‘대만인’이라고 규정한 응답자는 66%에 달한 데 비해 ‘대만인과 중국인’이라는 답변은 28%에 그쳤다. 차이 총통의 일국양제 거부는 대만 내부의 정서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이 총통은 이어 “대만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봉쇄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면서 “국제사회에 기여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제기구에 참여하기 위해 계속 싸우며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례 없는 도전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고도 했다. 전날 폐막한 세계보건총회(WHA)에 옵서버로 참석하려던 시도는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폭넓은 지지가 확인된 만큼 중국에 맞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인구 2,300만명인 대만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40명,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하다. 대만이 방역 모범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수준인 74.5%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대만 총통 취임식 사상 처음으로 국무장관 명의의 축하메시지를 보내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취임식장에서 낭독된 서한을 통해 “대만의 강건한 민주주의를 이끄는 차이 총통의 용기와 비전은 전 세계에 깊은 감명을 줬다”며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더욱 굳건하게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의 지지 선언이 베이징의 분노를 자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차이잉원 당국이 ‘92공식’을 부인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계속 도전한다면 더 크고 쓰라린 실패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92공식’은 중국과 대만이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토록 한 합의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