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과학]야구공의 실밥, 골프공의 딤플… 매끄럽지 않아 멀리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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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야구공의 실밥, 골프공의 딤플… 매끄럽지 않아 멀리 날아간다

입력
2020.05.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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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스프링캠프 훈련이 진행된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 인근 훈련장에서 캐치볼하는 류현진 손에 쥐어진 훈련공에 흠집이 가득하게 나 있다. 더니든(미국 플로리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림픽을 비롯한 전세계 스포츠 리그가 멈춰버린 올해 봄, 예상치 못했던 ‘스포츠 한류’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국 야구팬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한국프로야구(KBO) 경기에 열광하고, 이달 17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결승전은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도 중계됐다.

국내 스포츠 리그 중 코로나19를 딛고 가장 먼저 개막한 건 프로야구 리그다. 그런데 시즌 초반 난데없이 ‘탱탱볼’ 논란이 등장했다. 홈런 빈도가 지난해 대비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달 5~19일 치러진 62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128개로 경기당 2.06개에 달했다. 지난해 시즌 경기당 홈런 수(1.41개)와 비교하면 0.6개가 더 나오는 셈이다.

KBO 측이 “공인구에 인위적인 변화를 준 적 없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연일 ‘빵빵’ 터지는 홈런에 공인구가 지난해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그런데 ‘홈런이 더 잘 나오는 공’은 어떤 공일까.

이달 12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NC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NC 박석민이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표면 거친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 

야구공 제작 과정에서 공의 반발력과 비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공을 채우는 실부터 크기와 무게까지 다양하다. 그 중 가장 결정적 요소 중 하나는 야구공을 수놓은 108개의 빨간 실밥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국프로야구(MLB) 홈런증가연구위원회’의 MLB 2017-2019 시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실밥 높이 변화가 미세하게나마 홈런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을 정도다.

공에 실밥이 있으면 투수가 던졌을 때 더 빨리 날아가고 덕분에 타자가 쳤을 때 더 멀리 날아간다. 얼핏 생각하기엔 공이 매끈해야 공기와 닿는 부분이 적어 공기 저항, 즉 항력을 덜 받는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 표면이 매끈한 공은 최고 투구 속도가 시속 130㎞를 넘기기 힘들다. 다양한 항력의 종류 중 ‘압력항력’ 때문이다.

압력항력은 날아가는 물체의 앞쪽과 뒤쪽에 발생하는 압력 차이 때문에 생기는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물체를 뒤로 잡아끄는 작용을 한다. 매끈한 공의 경우 공기가 공 표면을 타고 흐르며 공 뒤쪽에 낮은 압력 지역을 형성해 공이 속력을 내는 걸 막는다. 반면 표면에 우둘투둘 튀어나와 있는 실밥은 공에 닿는 공기를 이리저리 튕겨내 공기 흐름을 불규칙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공 뒤쪽의 압력항력을 크게 줄인다. 야구공 실밥의 미세한 높이 차이가 타구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이유 또한 그렇다.

공의 표면과 압력항력

이 현상은 골프공에도 적용된다. 골프공 표면에는 350~500개에 달하는 ‘딤플(dimple, 보조개라는 뜻)’이 파였는데, 딤플이 있는 골프공은 매끈한 공보다 비거리가 2배가량 길다. 딤플이 공기를 튕겨내 압력항력을 줄여준 덕분이다.

그렇다고 모든 물체가 표면이 거칠어야 더 빨리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공이지만 탁구공의 표면은 매끄러울수록 잘 날아가고 총알 역시 그렇다. 이는 물체마다 ‘레이놀즈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레이놀즈 수는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소용돌이, 즉 큰 저항을 만나게 되는 기준을 나타내는 수치인데, 물체의 모양과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레이놀즈 수가 4만~40만 범위에 있는 물체는 표면이 거칠 때 항력이 줄어든다. 시속 150㎞로 날아가는 야구공의 레이놀즈 수는 30만, 골프공은 5만~15만이라 이 범위 안에 든다. 그러나 탁구공의 레이놀즈 수는 4만보다 작고, 총알은 40만보다 훨씬 크다. 이들의 경우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야 더 멀리, 더 빠르게 날아갈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첫 우승’을 거머쥔 프로골퍼 박현경이 이달 17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 파이널라운드 경기 1번홀에서 티샷을 치고 있다. 골프채가 공의 아랫부분을 치면서 공에 스핀이 걸리고, 이 덕분에 골프공은 위로 올라가는 양력을 받아 비거리가 길어진다. 양주=뉴스1

 ◇회전하는 공을 더 높이 띄우려면 

야구공의 실밥이나 골프공의 딤플은 공의 속도뿐 아니라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이 회전하며 움직일 때 발생하는 ‘떠오르는 힘’, 즉 양력을 더 크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공이 회전 없이 날아간다면 공기가 공의 위쪽과 아래쪽을 대칭적으로 타고 흐르겠지만, 공이 돌면서 이동한다면 회전 방향에 따라 공 주변의 기압이 서로 달라진다. 공이 진행 방향 대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면 윗부분보다 아랫부분 공기와 마찰이 커진다. 이 경우 공 아래쪽의 압력이 높아지고 위쪽의 압력은 낮아지면서 공이 위쪽으로 휜다. 시계 방향으로 도는 공이라면 반대로 아래쪽으로 휘게 된다.

이는 공기의 속도와 압력이 반비례한다는 ‘베르누이의 정리’가 회전하는 공에 적용될 때 나타나는 ‘마그누스 효과’ 때문이다. 마그누스 효과는 공의 진행 속도와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 크게 나타난다. 투수들이 공의 실밥을 어떻게 잡고 얼마나 빠르게 던지느냐에 따라 다양한 구종이 나타나는 이유다.

마그누스 효과

야구공 실밥과 골프공 딤플은 이 과정에서 공을 더 위로 띄울 수 있다. 골프공의 경우 클럽 페이스가 공의 아랫부분을 치면서 자연스럽게 시계 반대 방향의 회전이 걸리는데 덕분에 공이 떠오르며 비거리가 길어진다. 이 때 딤플이 있는 공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큰 양력과 적은 항력을 받아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

주목할 점은 야구공과 골프공 모양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다. 손으로 일일이 실을 꿰매야 하는 야구공은 같은 제품 안에서도 작은 차이가 존재하고, 공장에서 찍어내는 골프공 역시 딤플의 수와 모양이 제조사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공을 고르느냐, 그 미세한 차이가 경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셈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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