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당한 미성년자가 나중에 성인이 된 후 스스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무부가 법 개정에 나섰다.
법무부는 19일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일정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사라지는 것)를 성년이 될 때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이 담긴 민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민법은 미성년자가 성범죄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손해나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내 △또는 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만약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의 피해 사실을 알고도 다른 불이익 또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미성년자가 어른이 되기 전에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15세 때 성폭력을 당한 미성년자의 부모가 가해자를 알고도 3년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18세 때 사라져 성인이 되고 난 뒤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다. 법이 개정되면 미성년 피해자가 직접 성인이 된 날로부터 3년 이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국선 변호인 지원을 피의자가 체포된 단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법상 피의자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판사의 심문을 받을 때나, 체포ㆍ구속적부심을 청구했을 때만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법무부는 체포된 피의자가 △미성년자 △농아 △심신미약자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ㆍ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의 피의자인 경우 수사기관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통지하고, 공단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했다.
앞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1999년 경찰이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낸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근거로 수사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법률 조력을 받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피의자가 체포 단계부터 국선변호를 받으면, 수사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법무부는 제도 시행을 위해 피의자국선변호인을 선발ㆍ위촉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피의자 국선변호운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담은 법률구조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함께 입법예고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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