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내내 ‘검찰’ 단어조차 꺼내지 않아
전문가 “의도적으로 화제를 돌리기 위한 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8일 일본 정부와 여당이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기로 결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라는 단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화제를 돌리기 위한 전형적인 ‘밥 논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아사히 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검찰청 법 개정안에 대해”라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무원의 정년 연장 법안에 대해서는…”이라고 말을 꺼낸 뒤 “국민으로부터 여러 비판이 있었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이번 법안은 공무원 정년연장 법안으로 공무원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내각이 인정하면 검사장이나 검사총장(검찰총장에 해당) 등의 정년을 최대 3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일반 공무원의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법안을 한 세트로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청법 개정안의 경우 검찰의 중립성을 흔들겠다는 시도라는 비판 속 많은 전문가·연예인 등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아베 정부는 일단 뒤로 물러섰다.
신문은 검찰청법 개정안과 일반 공무원의 정년 연장을 단일화 해 국회에 제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자들의 세 가지 질문에 문제가 된 ‘검찰청법 개정안’은커녕 ‘검찰’이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총리의 화법을 분석하는 호세이(法政)대 우에니시 미쓰코(上西充子) 교수는 “(아베 총리가) 분명히 의도적으로 화제를 돌리고 있다”며 “검찰청법이 주목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밥 논법’이다”라고 지적했다.
밥(ご飯)논법은 우에니시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뒤 널리 알려진 표현이다. ‘아침을 먹었느냐’는 질문에 ‘쌀밥을 먹었느냐’고 물은 것처럼 논점을 바꿔 ‘밥을 먹지 않았다(빵은 먹었지만)’라고 대답해 얼버무리는 아베의 대응 방식을 비꼰 것이다. 우에니시 교수는 “총리가 검찰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검찰청법 개정안이라고 하는 ‘독’을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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