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등급 이하 저신용 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기구(SPV)가 10조원 규모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용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기업(일명 타락 천사)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10조원 중 8조원은 한국은행이 직접 대출하는 것으로, 중앙은행이 위기 상황에 지원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저신용등급 회사채ㆍCP 매입기구 설립 방안’을 의결했다. 이번 방안이 나온 배경에는 저신용등급 회사채 시장이 여전히 부진한 점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는 “자금시장의 신용 경색이 경계해야 할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앞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으로 AA등급 이상 회사채 시장은 발행액이 늘어나면서(3월 발행액 1.7조원→4월 발행액 4.8조원)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A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은 발행규모가 4월 들어 2,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BBB등급 회사채 기준 국채 금리와의 차이(스프레드) 또한 6%대에서 7%중후반으로 치솟은 상태다.
이에 정부는 한국은행, 산업은행과 역할을 나눠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채ㆍCP을 사들이는 SPV를 만들기로 했다. SPV 규모는 총 10조원이다. 정부 출자 1조원+산업은행 후순위 대출 1조원+한국은행 선순위 대출 8조원으로 구성된다. 이후 SPV에서 기업들의 회사채나 CP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이자 등을 받는 구조다. 매입 금리는 시장 금리에 일부 가산 수수료(최대 100bp 이내)가 붙는다.
SPV가 주로 사들인 건 주로 만기 3년 이하 A등급 이하 회사채다. 특히 BBB등급 이하 회사채도 매입하는데, 투기등급인 BB등급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일명 ‘타락한 천사(Fallen Angel)’에 한정해 SPV가 매입에 나선다. CP는 A1~A3까지 담는다.
다만 이자보상비율이 최근 2년 연속 100% 이하(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태)인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SPV 설립 목적이 코로나19로 회사채ㆍCP 발행에 어려움을 겪어 일시적으로 자금 조달이 힘든 기업을 돕는다는 취지로, 이미 영업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던 기업은 돕기 힘들다는 뜻이다. 또한 동일 기업과 기업군에 대해선 매입 한도(SPV 전체 지원액의 2% 및 3% 이내)도 설정한다.
정부는 6개월간 한시적으로 기구를 운영한 뒤 시장 안정 여부 등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지원 규모를 20조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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