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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향한 수출규제, 日 기업들이 부메랑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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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향한 수출규제, 日 기업들이 부메랑 맞았다

입력
2020.05.20 10:37
수정
2020.05.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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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고객’인 韓 기업, 국산 불화수소로 대체

스텔라케미파ㆍ모리타화학 수출량 30% 감소

日정부 이달 말 수출규제 해제는 기대 어려워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해제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이달 말까지 밝혀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해제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이달 말까지 밝혀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일본 업체들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대체재를 발빠르게 마련하면서 주요 납품처였던 일본 소재회사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던 일본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가격 부담을 감수한 채 일본의 고품질 제품을 사용해온 한국 기업들이 조달 전략을 전환하면서 일본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세계 1위 불화수소 업체인 일본 스텔라케미파는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순이익이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고순도 불화수소 출하량이 30%나 감소한 결과다. 모리타화학공업도 지난 1월부터 한국 수출을 재개했지만 규모는 30% 가량 줄었다. 지난해까지 두 기업의 고순도 제품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는 95%에 달했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에 의존하던 불화수소 조달선을 국내 업체들로 교체했다. 세계 최대 액정패널 제조업체인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스텔라케미파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의 솔브레인 제품으로 대체했다. 삼성전자도 불화수소 일부를 국내 제품으로 교체하고 있다. 여기엔 우리 정부의 부품ㆍ소재 국산화 전략이 결합돼 있다.

일본에선 미국 화학제조업체 듀퐁이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공장을 한국에 짓기로 한 것을 두고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를 향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차원에서 듀퐁에 공장부지 확보 편의와 법인세 감면 등 ‘당근’을 제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일본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점잖게 행동하지 못한 결과 납품처로서 일본 기업의 우선순위가 떨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아베 내각이 이달 말까지 수출규제 해제 여부를 밝히라는 우리 측 요구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무관하다고 강변하지만 실제로는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결부시킨 조치란 점에서다. 우리 정부가 명시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규제를 해제할 경우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린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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