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국극 웹툰 ‘정년이’ … “배우 김태리를 모델로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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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국극 웹툰 ‘정년이’ … “배우 김태리를 모델로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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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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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는 소리에 재능을 타고난 목포 소녀 윤정년을 중심으로 1950년대를 풍미한 여성 국극단을 다룬다. 별점 10점 만점에 늘 9점 이상을 유지하며 호평 속에 연재를 이어나가고 있다. 네이버웹툰 제공

오직 여성 배우만, 남성 역할까지 남장 여성 배우가 맡아 연기했던 국극은 1950년대 최고의 인기 엔터테인먼트였다. 국극은 창(唱) 연기 무대가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이었고, 국극 배우는 지금의 아이돌 가수 같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텔레비전과 영화 등 영상미디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서서히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고, 지금은 국립창극단 정도로만 남아 있다.

낡고 고리타분할 것만 같은 이 국극을, 웹툰이 되살려냈다. 네이버웹툰 1부에 이어 2부 연재에 돌입한 낸 ‘정년이’다. ‘정년이’는 전남 목포 출신 소녀 정년이가 돈벌이를 위해 서울의 매란국극단에 입단,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충실한 고증, 탄탄한 그림체, 그리고 무엇보다 입체적으로 되살려내는 그 시절 여성 인물들 덕에 ‘2019 오늘의 우리 만화상’까지 차지했다. 최근 문학동네에서 종이책으로도 출간된 ‘정년이’의 작가 서이레(글)ㆍ나몬(그림)을 이메일로 만났다.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진촬영은 사양했다.

배우 김경수(왼쪽)와 김진진이 출연한 국극 '별 하나'(1958)의 포스터(왼쪽 사진)와 웹툰 '정년이' 속 한 장면. 영희야놀자ㆍ네이버웹툰 제공

-어떻게 여성 국극을 웹툰으로 풀어낼 생각을 했나.

서이레=다양한 여성 인물을 다루고 싶어하던 차에 친구가 여성국극에 대한 논문 한 편을 보내줬다. 모든 배역을 여성이 소화해내는 국극을 통해 내가 보고 싶은 여성 인물들을 등장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몬=예전부터 무대에 서는 여자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낯선 소재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뭘 몰라서 되레 용감했던 것 같다

-1950년대 시대상이 사실적으로 녹아 있다. 취재는 어떻게 했나.

서이레=자료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 이거다 싶었던 책은 모두 절판된 상태였다. 중고로 겨우 구하거나 수소문 끝에 소장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제본했다. 국극을 다룬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을 만든 ‘영희야놀자’의 피소현 피디와 따로 인터뷰도 했다. 안타깝게도 국극을 직접 관람하진 못했고 옛 영상이나 라디오드라마 같은 것을 참고했다. 자료가 희귀해 되레 희열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한 번은 1980년대로 추정되는 국극 대본을 충남대 도서관에서 찾아냈는데, 대본 여백에 연기를 위해 써둔 배우의 육필 메모가 아주 생생하게 남아 있어 인상적이었다.

웹툰 '정년이' 그림으로 풀어내기 쉽지 않은 춤과 소리, 연기를 탁월하게 형상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나몬=나는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서울 사진 아카이브,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등 1950년대 사진 자료들을 샅샅이 뒤졌다. 옷이나 소품은 관련 전시장을 찾아가고 도록을 사들이기도 했다. 일본의 국극이랄 수 있는 다카라즈카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다.

-등장인물의 모델로 삼은 실존인물이 있나

서이레=극중 이모, 조카 사이로 나오는 국극단장 소복과 배우 도앵은 실제 ‘국극의 왕자’라 불렸던 임춘앵 선생님, 남자역 배우 김경수 선생님을 생각하고 만든 인물이다. 소복의 엄하고 불 같은 성격은 임춘앵 성격에서 따왔다. 전국 판소리 대회에서 부른 ‘추월만정’으로 스타가 된 정년의 어머니 채공선은 소리꾼 이화중선을 모델로 했다.

국극 배우 조금앵이 열성팬의 간청으로 올린 가상결혼식 사진(왼쪽)과 웹툰 '정년이'에 등장하는 관련 에피소드. 영희야놀자ㆍ네이버웹툰 제공

-잊혀진 국극을 되살려내는데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서이레=전성기 시절의 국극을 직접 본 적이 없다는 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웹툰 작업 초반에는 어떻게든 자료를 많이 보려 했다. 그런데 2020년대에 50년대 국극을 재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좋은 상상’을 해보려 노력한다.

나몬=연기, 춤, 노래를 다뤄야 하는데, 만화다 보니 말풍선 속 대사와 그림으로만 묘사해야 한다. 인물들이 표현하는 동작과 표정에 전달력이 있는지 가장 신경 쓰인다.

-시대가 1950년대라선지 성차별 문제도 다룬다.

서이레=그 시대에 있을 법한 사람, 있을 법한 일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나온 결과다. 실제 1920년대 강향란은 ‘남자처럼 살아보겠다’며 남자 옷을 입고, 남자 모자를 쓴 채 남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기도 했다. 강향란을 따라 한 여성도 많았다. 웹툰에서 남장을 하는 고 사장은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이다.

극중 고사장은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에 부당함을 느끼고 남자 복식을 하기 시작한다. 실제 1920년대 강향란이란 여성이 남복을 하고 모자를 쓴 채 수업을 들었고 이후 많은 여성들이 이를 따라 했다.

-2019 오늘의 우리 만화상도 그래서 주어진 건가.

나몬=나를 비롯, 많은 이들이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본인의 운명 개척에 진심을 다하는 주인공, 다양한 욕망에 솔직한 여성 캐릭터, 또 여성의 남성성을 드러내는 캐릭터 등이 만들어낸 관계를 함께 즐기는 것 같다.

'정년이'의 인기가 높아지며 온라인에서는 만화 속 캐릭터에 실제 배우를 가상 캐스팅해보는 유행이 일었다. 온라인캡처

-독자들 사이에선 영화화와 가상캐스팅 얘기가 나온다.

나몬=안 그래도 정년이 역에 김태리, 단장 역에 염정아, 고 사장 역에 김서형이 어울린다는 글을 봤다. 그런데 정년이 초기 이미지를 잡을 때 실제 영화 ‘아가씨’에 나온 김태리의 이미지를 많이 참조했었다. 그런 부분이 독자 분들 눈에도 보이는 것 같아 놀라웠다.

-얼마 전 2부 연재가 시작됐다. 2부에선 뭘 다루게 되나.

서이레=정년이가 국극이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게 1부였다면, 2부는 본격적으로 무대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 역사처럼 국극단이 겪는 풍파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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