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집 직원 7명이 고발
“실상은 무료 양로시설일뿐… 물품 지원도 ‘버릇 나빠져’ 막아”
할머니들 사후 노인요양사업계획… 이사회서 “호텔식으로” 논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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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주거복지시설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운영진이 후원금을 할머니들에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내부 직원들로부터 제기됐다. 직원들은 ‘운영진이 후원금을 부동산ㆍ현금자산으로 보유한 뒤 향후 노인요양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내부고발자들은 할머니들이 학대에 가까운 인권침해까지 당했다고 주장,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대월 나눔의집 역사관 학예실장을 포함한 직원 7명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나눔의집은 그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임을 내세우며 할머니들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고 광고해왔다”며 “실상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뿐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눔의집은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평균연령 95세)이 생활하는 대표적인 지원 단체다.
직원들이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적립된 후원금이 할머니들 사후에 노인요양사업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법인이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해 60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70억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국민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돈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노인요양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2월 28일 법인 이사회 녹취록을 보면, 스님인 한 이사는 “할머니들 다 돌아가시면 일반 국민 후원금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2, 3년 계획을 세워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으면 어떠냐, 현 잔고 37억원으로는 부족하고 100억원 정도 있어야 지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2월 26일 이사회에서는 역시 스님인 또 다른 이사가 “호텔식으로 안 지으면 경쟁력이 없으니까 그렇게 돼서 80명 정도 어르신들 모시면 충분히 운영하고 이윤을 창출해 사회봉사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김 실장 등은 나눔의집 운영진이 할머니들의 병원 치료비, 물품 구입 등을 모두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도록 했다고도 지적했다. 직원들은 “할머니들을 병원에 모시고 가거나 외식할 수 있게 하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직원들이 막았다”며 “운영진의 나눔의집 운영 목적은 할머니들에게 최선의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의 스님들 비위를 맞추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내부 고발자들은 할머니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나눔의집 직원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시설에 거주 중이던 할머니가 사고로 눈썹 윗부분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시설 운영진들은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 가야 한다는 직원들의 말을 무시했다.
치아가 없어 일반 음식을 먹지 못하는 할머니들을 방치했고, 직원들이 대체식을 조리하거나 사비로 구입하면 “할머니들 버릇 나빠진다”며 운영진이 막았다는 게 내부 고발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공사를 핑계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할머니들의 방을 운영진이 몰래 치워서 나중에 이를 알게 된 할머니들이 크게 분노했다”고도 밝혔다.
앞서 직원들은 지난해 3월 이후 이 문제를 시설 운영진과 법인 이사진들에게 해결하라고 요청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지난 3월부터 관계 기관 등에 민원을 제기해 왔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13~15일 나눔의집에 대한 특별지도점검을 실시한 뒤 내용을 분석 중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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