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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해운업 직접 진출 아니냐? 해운업계 “포스코GSP 출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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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해운업 직접 진출 아니냐? 해운업계 “포스코GSP 출범 반대”

입력
2020.05.19 17:21
수정
2020.05.19 21:3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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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에서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에서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으로 철을 수출하고 빈 배로 돌아오느니, 곡물이라도 싣고 돌아오면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얘길 포스코 고위 관계자에게 들었다. 이건 은연 중에 해운업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 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히고 포스코의 물류 통합법인 설립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포스코의 물류 통합법인인 ‘포스코GSP’ 설립을 둘러싸고 해운·물류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제철원료와 철강제품 등 해운업계의 주요 화물을 취급하는 포스코가 포스코GSP를 발판으로 해운물류업에 진출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논란이 불거지자, 포스코에선 12일 법인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해운업 진출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날 강 회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포스코GSP는 궁극적으로 해운·물류업에 나서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기자회견의 현안 브리핑에서 김영무 한해총 사무총장은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물류 주선업 진출을 뜻하며, 이는 곧 해운업 진출로 귀결될 것”이라며 “이미 대기업들이 진출한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벌크선 쪽에도 똑 같은 회사가 생기게 돼 해운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발전용 유연탄, 가스 등 다른 벌크선사의 주요 화주인 한전과 가스공사에도 영향을 끼쳐 컨테이너는 대기업, 벌크는 포스코와 공기업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포스코 물류 통합법인 출범 관련 쟁점
포스코 물류 통합법인 출범 관련 쟁점

포스코는 이에 대해 “해운법 제24조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화물에 속하는 제철원료의 화주인 포스코는 사실상 해운업 진출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법에선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등 주요 화물의 화주가 대량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해상화물운송사업의 등록을 신청한 경우, 미리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관련 업계, 학계, 해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포스코는 해운업 진출이 아니라고 하지만, 선박을 소유하고 있거나 빌리지 않아도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면 운임을 획득하게 되는데, 포스코 GSP 역시 포스코 등으로부터 운임을 받게 되므로 상법상 해운업 진출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른바 ‘통행세’ 이슈도 거론됐다. 해운업계는 기존 포스코와 직접 계약을 맺고 선사가 받던 운임이 ‘포스코GSP’를 거치며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포스코GSP를 통하게 되면 기존 선사들의 연간 매출이 3~5조원 가량 줄어든다”며 “별다른 부가가치 창출 없이 해상기업 매출을 줄이게 되기 때문에 통행세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포스코GSP의 수익은 수수료가 아니라 물류 효율성을 개선해 창출하는 구조”라며 “기존에 거래하던 선사 등과의 계약 및 거래 구조는 변동이 없다”고 해명했다.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물류 효율을 높이면서, 기존 선사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회사 설립이 아닌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그룹 전체의 물류를 통합하기 위해선 별도의 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룹사 물류업무가 특정회사의 업무 중 하나로 종속돼 있을 경우, 현재 포스코그룹이 추구하고 있는 그룹사 통합 물류의 효율화를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기자회견에서 강무현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돌아오는 배에 곡물을 싣겠다는 말은 우리가 해운업을 한다는 게 아니라 계약한 선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오히려 상생의 일환”이라며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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