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현장경영 행보로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19일 귀국했다.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급 차단 조치로 미·중 갈등이 증폭된 와중에 이뤄져 비상한 관심을 모은 이번 일정에서 이 부회장은 사업장 임직원을 격려하며 ‘포스트 코로나’ 경영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현지 지방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 일행은 한·중 정부 합의로 마련된 기업인 입국절차 간소화 조치의 혜택으로 2주 간의 자가격리는 면제 받았지만 출장기간 동안 3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 수고를 감수하기도 했다.
19일 삼성전자와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8일 산시성 시안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뒤 산시성 고위 당국자들을 면담했다. 이 부회장 일행을 맞은 후허핑 산시성 당위원회 서기는 “산시성의 방역 조치가 성과를 내면서 경제·사회 질서가 빠르게 회복됐다”며 사태 초기 삼성의 방역물자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후 서기는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의 ‘내륙 개혁개방’ 의지를 언급하며 “외국계 기업의 조업 재개와 생산 복귀를 한층 강화하고 물류와 인력 왕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20~23일)과 이달(11~12일) 잇따라 산시성을 찾아 생산 정상화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특히 삼성에 대해 “플래시 메모리칩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산시성 내 사업 프로젝트를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중 정상의 코로나 공동방역 노력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가 더 중요한 단계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산시성에서 삼성의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며 “협력 분야를 계속 넓혀가고 교류를 늘려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데 긍정적 기여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19일 오후 2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부회장은 동행했던 경영진과 함께 정부 지정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뒤 음성 판정이 나와 이날 오후 9시30분경 퇴소했다. 사업이나 학술적·인도적 활동을 위해 입국한 경우 자가격리 조치를 면제해주는 정부 지침에 따른 것으로, 이 부회장은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되 향후 14일간 능동감시 대상자로서 매일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방역 당국자와 통화해야 한다.
이날 검사는 이 부회장이 중국 출장 일정 중 받은 세 번째 검사다. 이 부회장은 앞서 출국 전 건강상태 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한 차례, 17일 중국 입국 직후 또 한 차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중국을 찾는 한국 기업인의 경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양국 정부 합의로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 통로)’ 조치에 부과된 조건을 이행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복잡해진 출입국 절차를 거치고 3차례 진단검사까지 받으며 중국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한 건 경영자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의지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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