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감염경로 파악 안 돼 불안감… 의료진ㆍ환자 등 접촉자 623명
병원 측 “모든 직원 매일 2회 모바일 점검했는데…” 당혹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발발 당시 응급실을 통해 메르스가 대거 확산돼 ‘슈퍼전파’의 악몽을 겪었던 삼성서울병원에 또다시 감염병 확산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대형병원 빅5 가운데 처음으로 소속 의료진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전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첫 등교수업을 불과 하루 앞두고 2,000병상에 달하는 서울의 대형병원이 신종 코로나에 뚫림에 따라 병원 내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과 의료진을 통한 대규모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와 서울시는 18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4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확진자 4명에 대한 접촉자를 파악해 검사 대상자를 애초 277명에서 623명까지 늘려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방역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17일 흉부외과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20대 간호사가 발열증상을 느꼈고 다음날 이뤄진 진단검사 결과 신종 코로나 양성판정이 내려졌다. 해당 간호사와 밀접 접촉한 간호사 3명의 확진은 19일 오전 이뤄졌다. 이들 3명은 처음 확진된 흉부외과 간호사가 일해온 병원 본관 흉부외과 수술장이 있는 1구역에서 근무해왔다. 강남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 간호사 4명은 3층 수술장 C구역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수술에 함께 참여해 왔다”라며 “이들이 참여한 수술 환자는 19명이다”고 밝혔다.
메르스 위기 당시 전체 환자 186명 중 91명의 환자가 발생해 병원 개원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확진된 간호사들의 감염원이나 정확한 동선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내 감염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했다”며 “신종 코로나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병원 출입자를 대상으로 발열 등 증세를 확인했고,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은 하루 2회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증상을 점검했는데 확진환자가 발생해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 확진판정을 받은 간호사의 감염경로가 파악이 되지 않았고, 나머지 3명은 발열 등 증세가 뚜렷하지 않아 조기발견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역학조사 결과)추가로 확진판정을 받은 간호사 중 2명은 무증상자로, 나머지 1명은 지난 18일 근육통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번에 확진판정을 받은 4명의 간호사들이 최근 집단감염을 유발한 이태원 지역을 방문하지 않아 병원 내 집단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방역당국에서는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준욱 부본장은 “병원 내 감염이라면 감염원이 누구인지, 어느 경로인지를 조사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수술실에서 감염에 유의하는 행동은 물론 시설과 장비가 갖춰져 있는지 여부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도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감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환자를 주로 보는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에서 감염 전파가 이뤄졌기에 추가로 의료진과 중증환자에게서 감염이 일어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다행히 더 이상 전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감염이 발생한 수술장은 2주 이상 폐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진료공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오후 현재 확진판정을 받은 간호사들이 근무한 본관 3층 수술실 25개를 전체 폐쇄하고 이날부터 사흘 동안 신규 입원 환자 접수를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해당 구역에서 이뤄지던 하루 60여건의 수술 스케줄은 연쇄적으로 연기되는 등 영향을 받게 됐다. 다만 본관과 떨어져 있는 별관과 암병원 수술실에서는 정상적으로 진료와 수술이 진행되고 있으며 외래진료 및 건강검진 등 나머지 진료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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