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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녀상 배지’ 마리몬드 기부 6억 받은 정대협, 공시 1억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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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녀상 배지’ 마리몬드 기부 6억 받은 정대협, 공시 1억만 했다

입력
2020.05.19 16:28
수정
2020.05.20 00: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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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몬드 기부금도 개인 계좌로 모금 

지난해 2월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을 든 윤홍조 전 마리몬드 대표가 김 할머니의 방을 둘러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을 든 윤홍조 전 마리몬드 대표가 김 할머니의 방을 둘러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의 기부금 6억5,000만원 중 5억4,000여만원을 국세청 공시 자료에서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리몬드는 소녀상 배지 등 위안부 추모 제품을 판매하는 정의연의 후원 기업이어서 사라진 5억원의 행방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9일 마리몬드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부금 리포트’에 따르면 2013~2019년 마리몬드는 정대협에 총 6억5,422만6,622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정대협의 이 기간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에는 마리몬드가 출연했다고 밝힌 기부금이 2018년 ‘출연자 및 이사 등 주요 구성원 현황 명세서’의 1억885만6,800원뿐이다. 공익법인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매년 법인 총 재산가액의 1% 혹은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기부금은 출연자와 금액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마리몬드의 기부금 리포트. 마리몬드는 2012년 설립 후 2019년까지 정의연과 정대협 등에 총 23억원을 기부했다. 마리몬드 홈페이지 캡처
마리몬드의 기부금 리포트. 마리몬드는 2012년 설립 후 2019년까지 정의연과 정대협 등에 총 23억원을 기부했다. 마리몬드 홈페이지 캡처

정대협이 누락한 기부금 내역에는 마리몬드가 2014~2016년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의 해외 캠페인 당시 기부한 2,620만원도 포함돼 있다. 같은 공시 자료에 따르면 정대협이 해당 3년간 기업과 단체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0원이다. 3년 동안 받은 출연금 16억3,304만5,702원 모두 개인 혹은 기타 후원금으로 처리됐다. 마리몬드 관계자는 “정대협 기부액 6억5,000만원은 당시 영수증 등을 보관하고 있어 정확한 내역”이라며 “할머니들의 해외 활동 기부금 또한 정대협 법인 계좌로 입금해 정대협 측 회계 오류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2012년 설립된 마리몬드는 소녀상 배지, 위안부 할머니 손글씨 등이 각인된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위안부 관련 단체에 기부해왔다. 7년 동안 기부한 총 금액만 23억740만5,128원에 이른다. 2017년에는 정의연이 받은 기부금 총액의 41%(6억5,900만원)를 마리몬드가 독자적으로 냈고, 1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2018년에도 위안부 문제 해결 단체에 총 2억3,800여만원을 출연했다.

마리몬드 관련 회계 오류는 정대협의 후신인 정의연으로 넘어온 뒤에도 반복해서 발생했다. 2016년 9월 정의기억재단(정의연 전신) 출범 당시 마리몬드는 소녀상 배지를 판매한 수익금 등 총 2억3,957만1,859원을 재단 설립금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설립 추진위원회 측은 마리몬드 기부금을 포함한 10억원이 넘는 전체 후원금을 법인 계좌가 아닌 김동희 당시 정대협 사무처장(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장) 명의의 개인 계좌로 모금했다. 기부금품모집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려는 자는 행안부 또는 지자체에 등록하고 그 사용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기부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 서울시가 홈페이지에 공시한 자료에는 김 전 사무처장의 계좌가 없다.

정의연의 2018년 국세청 결산 공시에 마리몬드 전 대표 윤홍조씨와 출연법인과의 관계가 '해당 없음'으로 기재돼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
정의연의 2018년 국세청 결산 공시에 마리몬드 전 대표 윤홍조씨와 출연법인과의 관계가 '해당 없음'으로 기재돼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

마리몬드 대표였던 윤홍조씨가 2016년 9월 정의연 출범부터 2018년까지 정의연 이사로 재직한 것도 논란이다. 출연자가 공익법인의 이사로 재직하는 것 자체는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공익법인에 일정 금액 이상을 기부한 법인의 대표는 특수관계자에 속해 해당 공익법인의 이사를 맡을 때 반드시 그 여부를 공시하도록 돼있다. 일부 특수관계자가 법인의 지출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도록 그 수를 전체 이사의 20%를 넘지 않도록 한 안전 조항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연의 2016~18년 공시 자료에는 윤씨의 ‘출연법인과의 관계’가 ‘해당 없음’으로 기재돼 있다.

지난해 정의연 기부자 명세서에는 고액 기부자인 마리몬드가 ‘마리론드’로 잘못 기재되기까지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정대협, 정의연의 국세청 공시 자료는 오류가 수도 없이 많이 발견돼 완결성이 떨어진다”라며 “신속하게 외부 감사를 받아 투명하게 밝히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행안부도 11일 정의연에 기부금 출납부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놓은 상황이다. 정의연 관계자는 마리몬드 회계 관련 “외부 회계감사 절차를 진행 중이니 결과를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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