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크로로퀸’10일 전부터 복용
백악관 잇따라 양성 판정 나온 시기와 맞물려
전문가들 “효능 입증 안됐고 부작용 조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약으로 극찬해온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직접 복용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일종의 민간요법을 전파해 국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식당업계 대표들과 만난 뒤 취재진에게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일주일 반 동안 매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연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좌천당한 백신 개발 책임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먹는지 알면 놀랄 것”이라며 자신의 복용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백악관 주치의 숀 콘리는 “많은 토론 후에 우리는 복용시 잠재적 이득이 상대적 위험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을 복용한 시기는 자신의 수발을 들던 파견 군인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인 케이티 밀러가 잇따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때와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조바심을 내고 치료약을 찾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 지인들의 입증되지 않은 얘기에 의존하면서 의학계의 전문적인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많은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만약 좋지 않다면 여러분에게 말해 주겠다. 나는 (부작용으로) 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약에 대해 그간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숀 해니티 폭스뉴스 진행자 등이 홍보해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 약이 코로나19 치료에 아무 효과가 없으며 심장질환자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도됐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지난달 “의사의 면밀한 관찰이나 임상시험 하에서 복용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보건 전문가의 조언 대신 자신의 충동을 따르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 파동을 일으키더니 검증되지 않은 약까지 복용하면서 왜곡된 보건상식을 전파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순전히 무모하다”면서 “사람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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