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지속 상황서 국민 안전과 생명이 최우선”
이태원 클럽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조짐 불똥이 불교계에 튀었다. 매년 대중적인 참여 속에 치러 온 서울 도심 연등 행렬을 불교계가 40년 만에 전격 취소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19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3, 24일 열려던 연등 법회ㆍ행렬 및 ‘전통문화마당’ 등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심사숙고 끝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다.
연등회보존위원회 집행위원장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부장인 금곡 스님은 이날 불교종단협의회장 겸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 대신 읽은 회견문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이 방역대책본부의 관리와 통제가 가능한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이태원발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언제 어디서 또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며 “올 3월 불교계가 코로나19 상황에 직면해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한 달 뒤로 변경한 것처럼 위기가 하루속히 종식돼 모든 국민이 평안해지기를 발원하려는 취지”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취소된 행사는 23일 토요일 서울 동국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등 법회와 법회 뒤 도심으로 이어지는 연등 행렬, 24일 일요일 서울 조계사 앞에서 열리려던 체험 행사 ‘전통문화마당’이다. 특히 도심 연등 행렬에는 매년 2만여명이 참여해 왔었다.
조계종에 따르면, 연등회 행사가 취소된 건 1980년 광주 5ㆍ18민주화운동에 따른 계엄령으로 행렬이 진행되지 못한 뒤 40년 만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1961년 4ㆍ19 계엄령, 1970년에 역시 계엄령 같은 상황이던 서울시 교통 혼잡 때문에 행렬이 취소된 것까지 포함하면 역대 네 번째”라고 말했다.
다만 30일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은 철저한 방역 지침 준수 하에 전국 사찰에서 계획대로 진행된다. 불교계는 3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4월 30일 열 예정이던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한 달 뒤로 미룬 바 있다.
연등회는 신라 진흥왕 때부터 팔관회와 함께 지속돼 온 전통 행사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돼 있다. 12월에는 제17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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