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외교청서에 ‘중요한 이웃’ 3년 만에 부활
독도 영유권ㆍ강제동원 판결 국제법 위반 고수
지난해 지소미아ㆍ수출규제 강화 기술 추가
일본이 외교청서에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표현을 3년만에 다시 실었다. 하지만 독도 영유권을 거듭 주장하고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 주장은 여전했다. 지난해 불거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논란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선 양국 주장 위주로 별도 기술했다. 현상 유지를 통한 갈등 관리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외무성은 19일 서면으로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한 2020년도 외교청서에서 “한국은 일본에 있어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명기했다. 사실상 악화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곧이어 “지난해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한반도 출신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 대해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을 비롯해 GSOMIA 종료 통보, 화해ㆍ치유재단 해산, 독도 주변 해양조사선 항행,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처리에 대한 문제제기 등 부정적인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한일관계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외무성은 2017년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규정했으나 이듬해엔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던 상황과 맞물려 있다. 올해 이 표현이 다시 등장한 건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이 1년 3개월만에 열린 사실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표현 자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해 10월 임시국회 연설에서 밝힌 문구 그대로다.
하지만 갈등 현안에 대한 입장은 거의 바뀐 게 없다. 독도에 대해선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이나 국제법상으로 명백하게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은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불법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에 있어 2018년부터 ‘한국의 불법점거’라는 보다 강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한다”면서 “2015년 12월 일한 합의(한일 위안부 합의) 때 한국 측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변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는데도 일본의 주장에 한국이 동의했다는 반쪽 자리 주장을 거듭 명기한 것이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두고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반복한 뒤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측이 책임지고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외교청서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와 한국 정부의 GSOMIA 종료 유예 내용이 추가됐다. 했다. 다만 양국의 주장을 적시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일본 측의 수출규제가 사실상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사실은 외면했다.
북한에 대해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나갈 것”이란 표현을 빼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납치문제 해결 등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 추진 문구도 포함됐다. 중국의 경우 “가장 중요한 양국관계 중 하나”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의 협력 사례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미중이 첨예하게 부딪친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참가 문제에 대해선 대만 지지를 분명히 했다.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경우 “일본이 주권을 가진 섬들”이라고 명기했다. 양국 간 논의가 정체되자 강경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