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1분기 상장사 실적 분석
영업이익 -31%… 3곳 중 1곳은 적자
반도체 효과 빼면 ‘역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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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1~3월) 코스피 상장사 3곳 중 1곳이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락했고 당기순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 실적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국내 기업 활동은 심각한 출혈을 드러낸 셈이다. 이마저도 세계 각국의 경제 중단 충격이 그대로 전해질 2분기 어닝 쇼크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장사 3곳 중 1곳 적자
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작년 12월 결산법인 592곳(금융업 등 제외)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장사 매출(약 495조원)은 지난해 동기보다 0.87% 늘었지만 영업이익(약 19조원)은 31.2%나 쪼그라들었다. 이는 증권사들이 예상한 1분기 영업이익 감소율(17%)의 2배에 가깝다.
특히 기업 전체 수익에서 세금 등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약 11조원)은 절반 가까이(47.8%) 줄었다. 분석 대상 가운데 411곳(69.43%)은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181곳(30.57%)은 아예 적자를 냈다. 지난해 1분기엔 573개사 중 25%가 적자를 냈는데 이보다 적자 회사가 더 늘었다.
그나마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수출 주력업종 덕에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6조4,473억원), LG전자(1조904억원), 현대차(8,638억원)는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끌며 선방했다.
전체 상장사 매출액의 11.1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40.98%나 급감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순이익 감소 폭은 무려 61.79%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 때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삼성전자(-60.15%), SK하이닉스(-68.71%)의 ‘어닝 쇼크(예상보다 실적이 나쁜 상황)’가 전체 실적 악화를 초래했지만 올해는 반대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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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최악 실적 줄줄이
업종별로는 음식료품(156.33%), 의약품(110.13%) 등 업종의 순이익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음식료품의 호실적은 코로나19로 소비자가 외식을 줄인 탓에 가정 내 식료품 구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서비스업(-75.70%), 철강금속(-57.97%), 유통업(-39.08%), 운수장비(-34.00%) 등 코로나19발 이동 제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업종은 순이익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1분기 전체 업종 가운데 영업이익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섬유의복 역시 소비를 줄인 탓에 1년 만에 적자 전환 업종으로 전락했다.
코로나19 충격의 1차 표적이 된 업종에서는 수익성이 창사 이래 최악을 기록한 곳이 속출했다. 특히 정유업체는 수요 부진에 따른 유가 하락,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은 올 1분기 영업손실이 각각 1조7,752억원, 1조73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며 전체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 하위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등 항공업 역시 각각 3,000억원, 8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하고 적자를 냈다.
◇급증하는 부채 부담
영업이익이 고꾸라지며 부채는 늘었다. 기업의 체질이 지난해보다 악화된 것이다. 올해 실적 악화 영향으로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 부채 비율(자본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1분기 말 현재 117.54%로 지난해 말(112.96%) 대비 4.58%포인트 높아졌다.
영업이익률(매출 대비)은 전년 1분기(5.77%) 대비 1.83%포인트 떨어진 3.93%를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1,000원어치를 팔면 고작 40원 가량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의미다.
코스닥 상장사(944곳 대상)들의 1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8% 감소하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당기순이익도 35.17% 떨어졌다. 오락문화(763.61%), 농림업(68.44%) 영업이익 증가 폭이 두드러졌지만 유통(-56.06%), 제조업(-27.67%) 감소 폭은 컸다. 코스닥에 상장된 숙박음식업종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제대로 반영될 2분기 성적표다. 각국의 국경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전 업종의 실적이 줄줄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셧다운 장기화로 2분기에는 수출주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에 정유, 항공운송 등을 중심으로 충격이 발생했다면 2분기부터는 반대로 (1분기에 선방한) 수출주에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물경제 충격이 2분기를 넘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재발 가능성을 고려하면 3분기 이후 내년까지 실물경기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국내 수출 투자 어려움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부문 지출이 얼마만큼 마이너스 폭을 상쇄해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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