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위해 맹렬히 뛴 활동가이자 정치 연설가 
 ‘트럼프 저격수’ 이미지 살려 11월 대선 나설 지 주목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자서전 ‘비커밍’ 발간 1주년 사인행사에 참석한 미셸 오바마 여사. 워싱턴 D.C=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요즘 큰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여성이 있습니다. 바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56)입니다. 지난달부터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부통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6일 넷플릭스에서 미셸의 자서전 ‘비커밍’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면서 그야말로 ‘미셸 붐’이 일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는 ‘#비커밍을 봐라(#WatchBecoming)’라는 해시태그가 수만 건에 달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앞서 출판사 펭귄 랜덤하우스에 따르면 비커밍은 1,000만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미셸은 비커밍 오디오북으로 1월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스포큰 워드 앨범상’(Best Spoken Word Album)까지 받았는데요.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오바마 전 대통령에 맞대응 하면서 올해 대선이 ‘트럼프 대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 대 오바마’ 경쟁이 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미셸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졌습니다. 백악관을 나온 지 4년째지만 미셸이 전보다 더 주목 받는 이유는 뭘까요.

 ◇넷플릭스가 미셸 오바마를 선택했다고? 
넷플릭스에 공개된 미셸 오바마를 다룬 다큐멘터리 ‘비커밍’. 넷플릭스 캡처

반은 틀리고 반은 맞습니다. 넷플릭스가 미국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트럼프 저격수’로 꼽히는 미셸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사실 오바마 부부는 지난 2018년 5월 넷플릭스와 합작으로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오리지널TV쇼,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즉, 넷플릭스와 오바마 부부가 서로 선택한 것이죠. 지금까지는 성공적 전략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부부가 지난해 8월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내놓은 장편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부부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이유는 자신들의 경험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우리 부부가 해온 것을 알리는 방법 중 하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창조적이고 유능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도울 것”이라고 했지요.

그런 차원에서 일까요? 미셸은 2018년 발간한 자서전의 프로모션 투어 내용과 더불어 영부인이 아닌 삶을 시작하는 과정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비커밍에서도 희망을 얘기합니다. 미셸은 트위터에서 “어려운 시기지만 여러분이 영상을 보고 영감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죠.

 ◇늘 소수자를 대변하는데 앞장섰다는데? 
미셸 오바마가 퍼스트레이디였던 2009년 5월 워싱턴 D.C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 누구를 만나든 진심으로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탁월했다. 워싱턴 D.C=로이터 연합뉴스

‘소통의 여왕’, ‘흑인 여성 아동을 지키는 사회운동가’‘지적인 정치 연설가’. 미셸을 표현하는 수식어들은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미셸 본인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까요. 오바마 정부의 기록보관 사이트(obamawhitehouse.archives.gov)에 따르면 미셸은 변호사, 작가, 버락 오바마의 아내, 미국의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어 건강한 가족과 높은 수준의 교육, 국제적 여성 청소년 교육의 지지자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는데요.

미셸은 흑인 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비주류에서 주류 사회로 편입했습니다. 버락 오바마를 미국 첫 흑인 대통령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퍼스트레이디로서 주체적으로 소수자를 대변하는 일에도 앞장선 배경이기도 합니다.

먼저 미셸은 아동비만 예방에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2010년 갈수록 심각해지는 아동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렛츠 무브’(Let’s Moveㆍ몸을 움직입시다) 캠페인을 벌였는데요. 미셸은 이를 알리기 위해 각종 방송과 행사에서 직접 춤을 추기도 해 화제가 됐습니다. 같은 해 오바마 대통령은 과일과 채소 등을 포함하고 지방과 염분을 줄여 영양 기준을 높이는 학교급식 건강 식단법에 서명했고, 미셸은 이 법안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지우기’에 나서면서 이 법안은 안타깝게도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셸은 국가를 위해 싸운 참전 용사와 그 가족까지 챙겼습니다. 그는 2011년 조 바이든 부통령의 아내 질 바이든과 ‘힘을 합치자(Joining Forces)’ 캠페인을 통해 참전용사와 군인 가족들을 돌보자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미국을 위해 봉사한 이들에게는 적어도 실업의 고통을 겪지 않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미셸은 자나깨나 교육의 중요성을 부르짖었습니다. 2014년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리치 하이어(Reach Higher)’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교육을 통해 기회와 영감을 주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지요. 1년 뒤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렛 걸스 런’(Let Girls Learn) 캠페인도 도입했는데요. 각 나라에 여성 청소년들의 교육을 돕고 힘을 심어주자고 호소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여성들의 노력과 투쟁을 공유했습니다.

미셸의 노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소수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지요.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어린이들의 독서 능력을 높이고, 가족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4주 동안 직접 온라인 동화 구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 영부인인데도 인기가 이렇게 높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지난해 12월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오바마 재단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미셸은 공직 경험이 없음에도 브랜드 파워는 남편을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 직전 지지율 조사에서는 남편보다 20%퍼센트 높은 68%를 얻었습니다. 미셸은 갤럽 조사에서 2018년, 2019년 2년 연속 ‘가장 존경 받는 여성’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요. 2월에는 북캘리포니아 지역 웨스트 콘트라 코스타 교육청 내 한 초등학교가 미셸의 이름을 따 미셸 오바마 초등학교로 개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셸의 이름을 딴 학교는 로스앤젤레스 교육청 내 초등학교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하네요.

사실 미셸이 처음부터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건 아닙니다. 2008년 미 대선 당시 미셸에겐 ‘애국심 없는 흑인 엘리트’ ‘항상 화난 표정을 짓는 여성’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었지요.

하지만 미셸은 이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소탈함과 유쾌함, 동시에 지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최고의 인기를 누렸는데요. 백악관 생활 막바지였던 2016년 말 당시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나이지리아 출신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 등 유명 작가 네 명이 미셸에게 보낸 감사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미셸이 보여 준 리더십과 인간미를 높이 평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미셸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대중적 소통 능력일 겁니다. 미셸의 소통능력은 자서전과 다큐멘터리 비커밍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리사 머스카틴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통 정치인들의 자서전은 정확한 기록 위주로 쓰여 재미가 없는데, 미셸은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현재 미국 내 정치 상황으로부터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머스카틴은 “트럼프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오바마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며 “일을 진중하게 수행했던 오바마 부부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 진짜 트럼프 대항마로 나설까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오바마 재단 서밋 폐막식에 참석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시카고= AP 연합뉴스

사실 트럼프 대항마로 미셸 만큼 적격인 인물도 없을 겁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 쏟아낸 막말에 미셸이 남긴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란 말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지요.

미셸은 또 자서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에 대해 음모론을 펼쳤던 것을 두고 “그의 외국인 혐오적 주장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뽑은 것을 두고 툰베리를 향해 “아주 웃긴다. 분노조절 문제(해결)에 애써야 한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이에 미셸은 트위터에 “툰베리, 누구도 너의 빛을 희미하게 만들게 하지 말아라. 너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무시하고, 수백만 명이 너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지요.

미셸은 높은 인지도와 대중적 지지, 무엇보다 트럼프에 ‘품격’있게 대응할 수 있는 대항마로 꼽히면서 민주당과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든은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미셸을 향해 러닝메이트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했을 정도이지요.

하지만 미셸은 정치 참여를 매우 싫어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이 ‘선출직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미셸이 부통령으로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인데요. 그렇다 해도 미셸의 인기가 쉽게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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