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의정 생활 접고 귀거래사
“건교부(현 국토교통부) 재임시절과 국회에서 4선을 하는 동안 모은 책을 뜻있게 활용할 방안을 모색한 끝에 고향의 후진들에게 기증하는 게 가장 보람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틈나는 대로 도서관에 가서 바쁜 의정생활 때문에 못 누린 독서의 즐거움에 빠져볼까 합니다.”
4ㆍ15 총선에 불출마해 내달 야인으로 돌아가는 무소속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이 19일 장서 3,000여권을 태화강 상류에 위치한 고향 자택 인근 선바위도서관에 기증하고 명예관장을 맡았다.
유년시절 갑자기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가장으로서 농사를 지어야만 했던 강 의원에게 교과서 외 독서는 항상 그림의 떡이었다. 독서에 굶주렸던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건교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부터 이런 저런 책들을 많이 모았다. 그의 책 수집벽은 17대부터 20대까지 4선의 선량을 연이어 거치면서도 계속됐다.
그는 책을 많이 모았지만 바쁜 의정생활 등으로 정작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강 의원은 “고향집에서 선바위도서관이 가깝고 주변 태화강 일대 풍광도 빼어나 도서관을 오가며 책도 많이 읽고 사색하는 시간도 갖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번 장서 기증을 계기로 주변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선바위도서관의 명예관장도 맡게 됐다. 그는 “명예관장이라 별 역할은 있겠냐 만은 후학들에게 건교부와 국회 시절 경험 등을 토대로 기회가 되면 강의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78세(1942년생)로 울산 최고령 의원인 강 의원은 4ㆍ15총선에서 탄탄한 지역 조직을 바탕으로 출마 시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깜짝 불출마를 선언,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코로나19 등 국가적 비상시국에서 이럴 때일수록 젊고 역동적인 후진에게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내렸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6년 국회 역정을 되돌아보면 아쉬운 것도 있지만 맨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가졌던 ‘내 고장 울산과 울주를 전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강 의원은 “앞으로 울주와 서울을 오가며 망중한을 즐기면서 오랜 공직과 국회활동 경험을 고향 울주를 위해 활용할 방안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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