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2010년 북한 영변에 고농축 우라늄 농축 시설이 존재한다는 보고를 받고 당혹스러워했다는 사실이 비밀해제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 핵 전문가로 2010년 11월 북한 영변을 방문한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가 작동 중인 현장을 확인했고, 이 사실은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도 최종 보고됐다.
미국의소리(VOA)는 19일 비밀해제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미 국무부 ‘정보공개’ 웹사이트에 올라온 이메일을 바탕으로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0년 11월 북한 방문 이후 베이징에 도착한 헤커 박사는 이메일을 통해 북한이 자신을 영변으로 데려가 작동 중인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2,000개와 건설 중인 작은 경수로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메일 수신인은 당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성 김 필리핀 주재 대사와 스티븐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헤커 박사는 이 사실을 전달하며 “충격(shdocker)”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플루토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은 알려졌지만,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해선 의혹만 제기된 상태였다. 우라늄 농축은 플루토늄과 달리 은폐와 이동이 용이하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커 박사의 이메일은 커트 캠벨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비롯한 국무부와 백악관 인사들에게 전달됐고, 힐러리 국무장관도 최종 보고를 받았다. 클린턴 장관은 당시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 “매우 불편하다(Very disturbing)”는 반응을 보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