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K리그1(1부리그) 상주상무는 올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개막 전 갑작스레 겪은 선수단 교통사고로 전력을 잃고, 첫 경기마저 울산에게 4점차로 대패 당하면서 사기가 꺾일 대로 꺾일만한 상황이었지만 이를 극복해낸 것이다. 게다가 상대마저 FC서울을 3-1로 꺾은 ‘강팀’ 강원FC라서 더욱 값진 승리였다.
그 중심에 일병 문선민(28)이 있었다. 지난 시즌 전북현대에서 32경기를 출전해 10골을 기록하며 리그 도움왕과 베스트11을 수상한 문선민은 병역의 의무를 지기 위해 지난해 12월 상주에 입단했다. 이날 문선민은 교체출전한지 3분만에 득점해냈고, 상주는 2-0 상황을 만들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골 장면도 멋있었다. 문선민은 강원의 수비수를 제치고 하프라인부터 단독으로 60m를 질주했고, 골대 앞에서 상대 골키퍼 이범수(30)와 마주해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공을 골대로 찔러 넣었다. 경기 후 이 골엔 ‘산책골’ ‘조깅골’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프로축구연맹의 ‘이날의 골’로 선정됐다.
문선민은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골은 모두 팀과 감독님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감독님께서 전반에서 1골을 넣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니, 수비에 신경 쓰다가 역습 상황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이야기 해주셨다”며 “우리 선수들도 1-0 상황에서 잘 버텨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꽤 긴 거리를 달려간 상황에 대해 문선민은 “그저 ‘아 나 지금 혼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골키퍼를 앞에 둔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마음 속으로 정한 곳에 골을 차 넣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신감이 있었기에 골키퍼와의 독대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득점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골도 약속했다. 문선민은 “감독님께서 항상 42골 이상 넣는 것을 목표라고 강조하시는데, 나도 좋은 선수들과 함께 공격적인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부상 없이 최대한 많은 골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겠다”고 했다. 또 4-0의 수모를 안긴 울산에 대해서 “다음에는 꼭 이겨서 복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필드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공격수지만, 팀 내에서는 귀여운 후임이다. 문선민은 “병장 이찬동(27)이 가장 잘 챙겨준다”며 “자대배치 직후 떠난 동계훈련에서 이찬동 병장이 날 방으로 불러 상무체조를 시키더니, 대뜸 ‘넌 아직 이병이야’라고 하면서 새우깡을 사줬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호흡을 맞췄던 병장 김대중(28)은 그에게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장난스럽게 온갖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고.
자신도 곧 입대할 12명의 후임들을 기다리고 있단다. 그는 “선임들은 후임이 언제 오는지 날짜 세가며 기다리고 있으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와야 한다”며 “몸 건강히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익살스럽게 말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