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경선 치열하게 치른 與 “집안싸움으로 비칠까 우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부 기류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당초 박병석(6선ㆍ대전 서구갑) 김진표(5선ㆍ경기 수원무) 의원 간 물밑 경쟁이 치열했지만 경선보다는 추대가 적절하지 않느냐는 당 내부 의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두 의원은 경선 후보등록마감을 하루 앞둔 18일 저녁 회동을 갖고 이에 대한 최종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 의견을 종합하면 지난 7일 원내대표 경선 이후 국회의장 추대론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도 3파전으로 진행돼 치열한 경쟁을 했는데 국회의장까지 ‘집안싸움’으로 비쳐질 경우, ‘177석 거대 여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는 여론이 제기되면서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경선 직후 주말부터 당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대로 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형성되고 있다”며“이 같은 뜻을 가진 의원들이 박 의원과 김 의원에게 이런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21대 국회 최다선인 박 의원이나 당정청을 두루 경험한 ‘경제통’ 김 의원 모두 경쟁 과정에서 상처를 입으면 안 되는 인사라는 점도 당 내부의 고민을 깊게 하는 지점이다. 두 의원 모두 계파색이 강하지 않아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하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때문에 두 의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온다. 복수의 의원들에 따르면 일단 전반기 국회에서는 선수에서 앞서는 박 의원을 먼저 추대하고, 김 의원을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밀어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관행에 따라 선수에서 앞서는 박 의원이 먼저 하는 게 순리라는 이유에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추대론이 확산되면서 최근 김 의원이 주변 의견을 좀 더 경청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의원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친문재인계 의원들을 두루 만나 조언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년 뒤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 때 김 의원 추대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다. 당 내부에는 김 의원과 같은 5선 의원들이 일부 있다. 이들이 후반기 국회의장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일 경우, 추대론은 물거품이 되고 김 의원은 경선을 치를 수밖에 상황에 놓인다. 당 내부에서는 경제 전문가이자 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인 김 의원이 경제 관련 입법을 지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김 의원 측은 이날 “최종 결정은 김 의원 본인이 하게 될 것”이라며 “(경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에) 현재까지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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