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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 엉뚱한 데 썼다” 형사고발로 번진 명성교회 세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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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 엉뚱한 데 썼다” 형사고발로 번진 명성교회 세습 논란

입력
2020.05.19 11:34
수정
2020.05.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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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의 전경. 뉴스1
지난 2월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의 전경. 뉴스1

명성교회 김삼환ㆍ김하나 목사의 부자 세습 충격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두고 대표적 국내 개신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서울동남노회가 분할돼야 하느냐가 표결에 부쳐지는가 하면, 세습에 반대하는 명성교회 일부 신도는 교회 돈이 노회 임원 회유용으로 쓰였다며 검찰 고발까지 강행했다.

19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린 예장 통합 서울동남노회 정기회의에 노회 분립 청원안이 상정됐으나 처리는 불발됐다. 의결 정족수인 투표자 3분의 2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두고 노회가 친(親)명성, 반(反)명성으로 갈라져 오랫동안 대립해오면서 ‘차라리 갈라서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래서 분립안이 통과되리라는 예상이 많았던 만큼 의외의 결과였다.

분립안 통과 무산은 내분을 더 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세습을 반대하는 명성교회 신도들 모임인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와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가 노회가 끝난 뒤인 지난 13일 노회 임원 중 한 명인 K목사를 횡령ㆍ배임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2017년 말 명성교회가 ‘미자립 교회’ 지원 명목으로 노회에 제공한 기금 2억원을 당시 배분 책임자였던 K목사가 엉뚱하게 썼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현 노회장인 김수원 목사의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2017년부터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한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왔고, 지난해 10월 노회장 취임 직후 재정 지출 감사를 지시했다. 지난 4월 나온 보고서는 명성교회의 돈 2억원이 “노회원들을 회유하기 위한 꼼수라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이나 불교와 달리 개신교계의 경우 교단 탈퇴, 가입, 설립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명성교회가 교인 10만명 이상의 초대형 교회라는 점에서 교회가 도리어 노회를 쥐고 흔들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공식화한 셈이다.

친명성 측은 이런 의혹을 완전히 부인하고 있다. 고발당한 K목사는 “명성교회의 후원금은 노회의 교회동반성장위원회 회의를 거쳐 투명하고도 공정하게 지급됐고 관련 기록도 다 남아 있다”며 “‘미자립 교회’란 자기 교회 헌금만으로 자립할 수 없어 지원을 받아야 하는 교회를 통칭하는 것이어서 노회 임원의 교회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배제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명성교회는 논란과 관련해 “우리는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지역 내 작은 교회들을 꾸준히 도와왔고, 노회에서 정식 공문으로 요청하기에 마찬가지로 또 지원을 했을 뿐”이라며 “우리 교회가 지원금 배분에 관여한 일도, 관여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예장 통합은 지난해 9월 총회에서 김하나 목사가 2021년부터 명성교회 담임목사를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해 세습을 용인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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