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무부 산하 이민서비스국(USCIS)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재정이 바닥나 의회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 기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이민 신청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신청인의 수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USCIS는 의회 지원 요청과 함께 수수료도 인상할 계획이어서 이민 희망자들에겐 문턱이 더 높아지게 됐다.
USCIS는 최근 영주권ㆍ시민권 신청 급감으로 경비 지불능력이 떨어지자 의회에 12억달러(약 1조4,8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SCIS는 이민ㆍ비자ㆍ노동허가 업무 등의 처리 대가로 받는 수수료에 기반해 운영된다. 2020회계연도(2019년10월~2020년 9월) 예산 48억달러(약 5조9,200억원)의 97%가 신청인 수수료로 배정됐다. 하지만 이번 회계연도 수익이 61%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의회의 지원 없이는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게 USCIS의 분석이다. 이미 올해 초 신청업무 수수료 인상안을 발표한 UISCIS는 내달에 10% 추가인상을 계획 중이다.
USCIS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규제 강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 이동 제한, 관공서 운영 중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업무량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영주권 발급을 60일간 중단시켰고, 국무부는 방역 차원에서 거의 모든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하는 H-1B 비자와 계절적 비농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H-2B 비자의 발급 중단도 고려 중”이라며 USCIS의 자금 부족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멜리사 로저스 샌프란시스코 이민자 법률구조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손실을 입은 USCIS가 납세자들에게 구제 요청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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