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여론과 전직 검찰간부 단체행동에
정부ㆍ여당, 정기국회 검찰청법 개정 보류
내각지지율 33%로 급락… 위험수역 눈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일방통행으로 치닫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ㆍ여당이 밀어붙이던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가 비판여론과 전직 검찰간부들의 집단행동에 가로막힌 것이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아베 총리는 18일 총리관저에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과의 회담에서 검찰간부의 정년 연장을 내각이 결정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취재진에 “국민의 이해 없이 진행할 수 없다”며 “국민의 이해를 얻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현금 10만엔과 면 마스크 지급 등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 불만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검찰청법 개정에 대한 비판여론까지 더해질 경우 국정 운영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내각이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하는 2차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해서도 야당을 자극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전직 검찰간부들의 단체행동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구마자키 가쓰히코(熊崎勝彦) 전 도쿄지검 특수부장 등 전직 검찰간부 38명은 이날 법무성에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손상을 깊이 우려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 15일엔 ‘록히드 사건’ 수사로 전직 총리까지 구속시켰던 마쓰오 구니히로(松尾邦弘) 전 검찰총장 등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내각이 친정부 성향 검찰간부들만 정년을 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벌써부터 아베 내각이 구상하는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차기 검찰총장 취임 시나리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론의 반발은 내각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16~17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은 전달 대비 8%포인트 급락한 33%였다. 2018년 초 ‘사학 스캔들’ 당시의 31%에 근접한 수치다. 일본에선 내각 지지율이 30% 이하면 정권 운영이 불안정해지는 ‘위험 수역’으로 여겨진다. 응답자의 80%는 정부가 검찰청법 개정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고, “검찰 인사에 정치 개입은 없을 것”이란 아베 총리의 발언을 불신하는 답변도 68%에 달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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