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로 갈수록 ‘부모의 세계’… 한국적 결론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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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로 갈수록 ‘부모의 세계’… 한국적 결론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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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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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JTBC 제공

부부란 무엇일까. 부모란 무엇일까.

16일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는 불륜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통속 드라마 혹은 막장 드라마로 치부하기엔 제법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스카이 캐슬’을 누르고 비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시청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부부의 세계’가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드라마를 지켜본 4명의 한국일보 문화부 기혼ㆍ미혼 기자 4명이 이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는 ‘남대문터진지갑’, ‘연신내복경이’, ‘박해준얼빠’, ‘제니는무슨죄니’다.

 ◇막장 드라마 정의를 바꿔야 

제니는무슨죄니(남ㆍ기혼ㆍ이하 죄니)= ‘부부의 세계’를 보며 우리나라 드라마의 완성도가 꽤 높아졌고, 소재를 다루는 방식도 무척 다양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대문터진지갑(남ㆍ기혼ㆍ이하 지갑)=이제 드라마에서 막장이라는 개념을 바꿔야 하지 않나 싶었다. 불륜을 다뤘다고 막장이라 하긴 어렵다. 복잡하고 부적절한 인간 관계를 막장이라고 하면 막장 아닌 외국 드라마는 더 찾기 힘들다. 막장은 특정 자극적인 장면 묘사에나 써야 하지 않을까.

연신내복경이(여ㆍ미혼ㆍ이하 경이)=1부라 할 수 있는 6회까지만 해도 공들여 찍고 배우들이 열연을 할 뿐인 웰메이드 불륜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6회 이후 이혼한 부부로 인해 아이가 겪는 고통을 자세하게 들여다본 점이 ‘부부의 세계’가 이전 불륜 드라마들과는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

박해준얼빠(여ㆍ미혼ㆍ이하 얼빠)=마지막회 보면서 인간의 감정이란 얼마나 심연을 헤아리기 어려운가 생각하게 됐다. 가족을 내팽개치고 떠난 남자를 연민하고 동정하는 여자의 욕망은 무엇인가,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그 남자의 치졸한 욕망은 무엇인가. 아들이 가출하지 않았다면 그 욕망은 또 다른 파국으로 귀결됐을 것 같다.

경이=7회부터 시작하는 2부는 부부가 자신들이 이혼하기 위해 아이에게 심어놓은 트라우마를 깨닫고 거둬들이고 회복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내용이었다. 그게 이 드라마의 (유일한) 미덕이 아닐까.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JTBC 제공

 

 ◇“부모의 선택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라” 

얼빠=‘부부의 세계’가 인기를 끈 원인 중 하나는 인간의 밑바닥 감정을 긁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드라마를 보며 사랑이나 증오 같은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낯선 감정을 종종 느꼈다.

지갑=가족 이야기에 사회 위계에 대한 이야기가 겹친다. 가족은 보통 사람들이 가장 의지할 만한 사회구성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단하지는 않다. 가족이 흔들리는 건 주로 부부로부터 비롯되는데, 피로 따지면 무촌이고 남남인 부부가 갈등을 겪으면 가족을 흔들고, 가족이 흔들리면 사회가 흔들린다. 각자도생 시대에는 ‘가족까지 흔들리면…’이란 불안감이 있는 듯하다. ‘그럴 듯해 뵈는 사람의 삶도 저렇게 하루아침에 뒤집히는데 우리는?’ 이런 심리도 반영되는 것 같고.

경이=한국 사람들은 불륜 얘기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바람난 커플은 벌 받고 불쌍한 아내가 승리하는 권선징악 스토리를 좋아한다. 보통 이 같은 승리를 드라마 전편에 걸쳐 보여주는데 ‘부부의 세계’는 6회 만에 지선우의 승리로 종결시켰다. 이처럼 빠른 전개에 이를 뒷받침하는 배우들의 연기, 시청자 머리채를 끌고 들어갈 듯한 기세로 시도 때도 없이 깔리는 배경음악, 자극적인 묘사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본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JTBC 제공

 ◇부부가 뭐길래 끝난 뒤에도 정리를 못하나 

죄니=대부분의 인물들이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이해가 안 되는 이상한 사람들이고 왠지 미운 캐릭터들이어서 자꾸 보게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지선우 이태오 이준영 모두 죽는 결말이 낫겠다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이=이태오가 죽든 망가지든 중요한 게 아니고 드라마의 후반부는 오로지 준영이가 초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도 준영이가 선택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본다. 이혼이라는 게 부부보다 아이에게 미칠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설명하는 요소는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의 교훈이 ‘바람피지 마라’가 아니라 ‘당신이 부모로서 내리는 선택이 당신의 아이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똑똑히 봐라, 그리고 책임지고 감당해라’라고 생각했다. ‘부부의 세계’라기보다는 ‘부모의 세계’다.

얼빠=부모가 관계를 깔끔히 정리했다면 준영이가 저렇게 마음고생 할 일은 없었을 텐데, 대체 부부란 무엇이기에 끝장을 다 본 뒤에도 감정 정리를 못하는 것인가. 그게 참 의아했다.

지갑=아이는 부부를 연결하는 끈이다. 아무리 헤어져도 아이를 통해 가끔씩 대면을 하게 된다. 아이의 불행은 부모로선 정말 끔찍한 일이다. 그런 현실을 감안한, 조금은 초현실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결말을 낸 듯하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JTBC 제공

 

 ◇김희애, 불륜 3부작으로 다양한 불륜의 세계 보여줘 

경이=‘부부의 세계’는 김희애의 능력치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불륜이라는 하나의 소재에서 세 가지 상황(‘내 남자의 여자’ ‘밀회’ ‘부부의 세계’)에 놓인 캐릭터를 모두 연기해본 국내 유일한 연기자가 아닐까 싶다. 계속 자신의 재능을 갱신하는 배우다.

지갑=김희애가 젊었을 때는 단아함의 상징 같은 배우였는데 ‘내 남자의 여자’ ‘밀회’ ‘부부의 세계’ 3부작으로 다양한 불륜의 세계를 보여줬다. 김희애의 매력도와 연기가 드라마의 품격을 높여주는 듯하다. 젊은 시절과 중년 시절 서로 다른 모습과 연기하는 배우는 많지만, 김희애는 결이 다른 듯하다.

얼빠=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서사를 배우들이 딱 중심 잡고 연기로 모든 걸 설득해 내더라.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JTBC 제공

죄니=기사 댓글이나 게시판 글 보면 김희애의 연기를 칭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80년대식 연기가 거슬린다는 글도 있었다.

경이=요즘처럼 자연스러운 연기가 대세인 시대에는 잘 안 먹힐 연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엄청나게 극적인 상황의 드라마에선 빛나는 연기다.

죄니=이태오 캐릭터가 지나치게 멍청하고 한심하게 그려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갑=악당에 대한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응징 아닐까. 드라마 ‘있을 때 잘해’의 하동규(김윤석)도, ‘아내의 유혹’의 정교빈(변우민)도 모두 개털이 된다. 그렇게 남성 캐릭터를 답답한 인물로 설정해야 갈등 해결 장면에서 통쾌함이 있지 않을까.

얼빠=그런 남자한테서 미련을 못 끊어내는 지선우에게도 사실 몰입이 잘 안 됐다.

경이=그래서인지 주변 또래 남자들 중에는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이 거의 없다. 주위에서 난리기에 봤더니 극 중 남성 캐릭터들이 모두 바보 멍청이만 나와서 못 보겠다며 시청을 그만둔 사람들이 많았다. ‘부부의 세계’를 두고 ‘또라이 세계’라 했던 박막례 할머니의 말이 그런 마음 아닐까.

얼빠=박해준의 잘생김이 시청률 및 개연성 설득에 한몫 했다는, 개인적 의견을 살짝 보태고 싶다.

일동=나는 반대.

얼빠=흑흑흑

정리=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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