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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뉴구세요?]‘보수 청년’ 천하람의 진심 “통합당은 광주 시민과 함께 울어야”

입력
2020.05.19 08:00
수정
2020.05.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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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출신 총선서 순천에 자진 출마해 ‘빛나는’ 낙선 

 “보수 진영도 5·18의 아픔을 안다면 망언 절대 할 수는 없어” 

미래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16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천하람 위원 제공
미래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16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천하람 위원 제공

“광주에서는 5ㆍ18을 어떻게 느끼고 기억하는지 배우고 싶었어요.”

5ㆍ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6일, 광주에 뜻밖의 인물들이 나타났습니다. 미래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입니다. 이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습니다. 그 중 한 명은 4ㆍ15 총선에서 전남 순천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천하람(34) 위원입니다.

천 위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다 ‘젊은 보수’라는 청년 정치그룹을 만들어 2월 통합당에 합류했어요. 그리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야무지게 ‘손을 들고’ 전남 순천으로 내려갔습니다. 대구 출신인 그에게는 대구에서 출마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대구에 출마하면 당에 빚을 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컸다고 해요. 때로는 당과 다른 입장을 내세울 일도 있을 텐데, 당의 배려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공천을 받으면 목소리를 내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이에 당에 소신 발언을 하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낮은 ‘험지’ 호남을 택했어요. 천 위원은 “당 지도부의 입장과 다른 얘기를 해야 할 때도 있고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당에 빚을 지지 않는 지역을 선택했다”며 “다음 공천을 걱정하기 보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천 위원은 호남 중에서도 순천을 콕 찍었습니다. 외지인이 많아 비교적 개방적인데다 새누리당 출신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현역으로 뛰고 있는 만큼 보수 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그나마 높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과는 득표율 3.02%. 참패에 가까웠습니다.

천하람 미래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4ㆍ15 총선에서 전남 순천갑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천하람 위원 SNS 캡처
천하람 미래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4ㆍ15 총선에서 전남 순천갑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천하람 위원 SNS 캡처

그러나 한 달 만에 광주의 아픔을 마주하기 위해 광주로 향했습니다. 광주 시민들에게 5ㆍ18 민주화 운동은 어떤 의미인지 직접 보고, 듣고 싶었다고 합니다. 천 위원이 마주한 광주는 5ㆍ18의 아픔과 슬픔이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5ㆍ18 기념식이 한창이던 18일 오전 천 위원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5ㆍ18을 앞두고 광주에 다녀왔어요. 어땠나요? 

16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오월시민행진’이 있었는데, 행진을 보던 운전자들이 창문을 내리고 우시더라고요. 광주에서 5ㆍ18 민주화운동은 역사적으로 끝난 일이 아니었어요. 지금도 광주 시민의 마음 속에는 내 가족이, 내 친구가 그렇게 산화한 것에 대한 슬픔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호남에서 선거 운동을 할 때도 많은 걸 느꼈을 것 같아요. 

비주류의 서러움을 느꼈어요. 그 상징이 5ㆍ18 민주화운동이에요. 광주는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군인이 국민에게 총을 쏘는 큰 아픔 겪었어요. 그런데 언론은 통제 당했고, 외부에서는 광주 시민들에게 피해 의식이 있는 게 아니냐고 폄훼했어요. 그러다 보니 광주와 호남에는 그 동안 서울과 영남 등 주류에게 너무나 많은 배제를 당했다는 서러움이 있어요. 그걸 우리가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 아픔을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 광주는 통합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죠? 

광주 시민들이 (통합당을) 안 좋게 생각하는 건, 매번 기념식에만 오고 형식적으로만 얘기해서 그런 것 같아요. 광주에 다녀오고 나니 우리가 그분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으려는 자세를 가지면 광주 시민들도 통합당을 충분히 이해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천하람(오른쪽 두 번째) 미래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16일부터 2박 3일간 광주를 찾아 북구 망월동 구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천하람 위원 제공
천하람(오른쪽 두 번째) 미래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16일부터 2박 3일간 광주를 찾아 북구 망월동 구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천하람 위원 제공

 -통합당의 일부 의원들은 5ㆍ18 망언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왜 그러는 지 알 것 같아요. 5ㆍ18 민주화운동을 겪었던 분과 한번이라도 얘기 해봤으면 그런 얘기(망언)를 절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광주의 아픔을 경험했던 분들의 얘기를 못 들어봤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 당이 5ㆍ18을 겪은 분과 꾸준히 소통해서 광주 시민이 느끼는 감정과 통합당 구성원이 느끼는 마음이 일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과까지 했어요. 총선 참패에 따른 보여주기 식 행보라는 말도 나옵니다. 진정한 변화의 시작으로 봐도 될까요. 

둘 다라고 생각해요. 정치를 하는 이상 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다만 어떤 이유에서 시작하든 이렇게 조금이나마 광주와 가까워지려는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진정성이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주 원내대표가 메시지를 낸 건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이런 움직임이 좋아요. 잊지 말고 상반기 중에 한 번은 5ㆍ18 관련 세미나나 토론회 등을 갖고 우리 당의 인식 전환을 분명히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5ㆍ18에 대한 당 내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요? 

5ㆍ18을 겪었던 분들의 목소리 듣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합동 간담회나 세미나 등을 자주 열고 광주 시민들과 같이 울어야 합니다. 저도 직접 5ㆍ18을 겪지 않은 세대지만 이틀 동안 광주에서 그 당시 얘기를 들으면서 울컥했어요. 그렇게 만나고 나면 아무리 비인간적인 사람이라도 5ㆍ18의 아픔에 공감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당 선배들도 그날의 아픔을 간직한 분들의 이야기를 제발 많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천 위원은 마지막까지도 통합당을 향해 소신 발언을 잊지 않았습니다. 광주의 목소리, 5ㆍ18의 아픔이 깃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건데요. 그는 스스로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 정치인이 되기를 꿈꿉니다. 그 시작점이 광주라고 합니다. 비록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그의 앞날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천 위원은 “여의도에 앉아있는 그런 사람 말고, 현장으로 뛰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러 가고, 배우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호남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요. 차츰 지역 사회 활동을 늘려가며 지역민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이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낯선 땅 호남에서 그가 어떤 성과를 거두는지는 보수 진영 전체의 앞날에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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