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이 오락가락하자 시민들의 저항 운동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붙고 있다. 대부분 국민이 규칙을 준수하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데 정부와 일부 시민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18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최근 ‘#인도네시아 마음대로 하라(#IndonesiaTerserah)’라는 해시태그(검색용 키워드) 운동이 번지고 있다. 의사 한 명이 방호복을 갖춰 입고 ‘#인도네시아 마음대로 하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자 많은 시민들이 같은 방식으로 호응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제목의 노래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려 SNS에 올리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줏대 없는 정부 정책이 이번 운동에 힘을 실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에 맞춰 이동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완화 조치들을 흘리거나 시행하고 있다. 최대 명절인 르바란 귀성(무딕) 금지 일환으로 국내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다가 얼마 전 조건부 재개하고, ‘대규모 사회제한조치(PSBB)’에도 불구하고 45세 이하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취약 계층이 아니니 출근해도 된다는 계획을 흘린 게 대표적이다. 특히 ‘45세 이하 출근 계획’은 “45세 이하는 죽으라는 거냐” “45세 이하가 다른 연령대를 감염시키면 어떻게 하느냐” 등 거센 비난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지금 나타나는 구호는 ‘인도네시아 마음대로 하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 마음대로 하라’라는 구호가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일부 시민들의 개념 없는 행동도 도마에 올랐다. 얼마 전 자카르타 도심에서는 인도네시아 1호 맥도날드 매장이 문을 닫자 군중이 몰려들고, 공항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승객들이 운집했다. 한동안 한산하던 자카르타 도로는 최근 차들이 부쩍 늘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두 달 동안 집에서 머문 우리의 노력은 헛수고가 됐다. 여전히 규칙을 지키지 않고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집단 감염이 발생해도 비난하지 마라. 당신들 행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마음대로 하라”는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의사가 저항 운동을 시작한 이유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사망자 25명 중 1명이 의사나 간호사일 정도로 의료진 희생이 많다. 이들은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줄 모르고 치료하다 숨지거나 방호복 대신 비옷을 입는 등 보호장비 부족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로 숨졌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과 이를 악용한 일부 시민의 무책임한 행동이 코로나19 최전방에서 목숨을 담보로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의 노력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저항 운동이 확산되면서 의료보험료 인상, 광물과 석탄 관련 법안 비준 등 인도네시아 정부의 다른 정책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티 주나리야 세벨라스마레트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응에서 보여준 정부의 변덕스런 정책에 실망한 시민들의 분노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기준 정부 발표상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환자는 1만8,010명, 사망자는 1,191명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민들의 반발과 전염병 확산, 서민층 경제난 삼중고에 맞서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준비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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