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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시선] 베트남 비난, 실체도 의미도 없다

입력
2020.05.1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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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베트남 여성이 하노이 구시지가에 걸린 코로나19 포스터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지난 달 베트남 여성이 하노이 구시지가에 걸린 코로나19 포스터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베트남발(發) 뉴스가 한국 포털에 노출되면 반응은 딱 하나다. “그러든지 말든지 베트남은 이제 손절이다.” 논리도 한결 같다. 베트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가장 먼저 한국인의 입국을 막았고, 그건 한국을 배신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온갖 억측과 주장이 사실인양 덧붙여진 채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이제 철수하라”는 자못 진지한 충고로까지 이어진다.

이른바 ‘신천지 사태’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진 시기에 베트남 정부가 전격적으로 단행한 한국 국적기 회항 조치 등은 충분히 서운함을 줄 만했다. 베트남 고위 관료들도 절차적 부족함을 인정할 정도이니 그 부분은 이제 공박의 영역은 아닐 듯하다. 그렇다고 한번 타오른 미움의 감정이 “베트남에 얼마나 호의를 베풀었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다”라는 식으로까지 비약시키는 건 온당치 못하다. 지금껏 한국ㆍ베트남 관계는 실리주의에 입각한 수평적 외교관계였지 한국이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하는 후진국 원조형 관계는 아니었다. 지금의 비난은 이를 간과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베트남과의 무역에서 지난해에만 271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동안 매년 300억달러 전후의 이익을 봤다. 일각에선 한국이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 국가라는 점을 들어 “이게 호의가 아니면 뭐냐”고도 말한다. 그러나 FDI는 기본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한 현지국에 플러스가 되는 정도를 넘어 투자국 기업ㆍ자본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베트남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경제적으로 효용성이 있기 때문이지 결코 베트남을 궁휼히 여겨 온정을 베푼 게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내가 다시 베트남에 가나 보자”라는 섭섭한 마음이 떨쳐지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각자 개인들이 결정하면 될 문제다. 다만 국가이익과 결부된 양국관계의 근간까지 무너뜨리는 듯한 감정적인 대응만큼은 이제 자제해야 한다. 서로의 필요에 따라 성장한 지난 30여년의 한베 관계를 감정적으로 깎아 내려서 우리가 얻을 실익은 아무 것도 없다. 함께 한 시간도 아깝거니와 현 시점에서 베트남만큼 좋은 글로벌 파트너 역시 우리에겐 없다.

정재호 하노이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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