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의회 당국자 인용해 보도
개 산책ㆍ세탁물 심부름 등 의혹
갑작스럽게 해임된 스티브 리닉 미국 국무부 감찰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갑질’ 의혹을 파헤치다 업무에서 물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리닉 감찰관의 해임을 건의한 당사자가 폼페이오 장관이라는 점에서 그의 경질이 장관의 ‘앙갚음’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미 NBC방송은 17일(현지시간) 의회 당국자 2명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보좌관에게 개 산책, 세탁물 찾아오기, 부부 저녁식사 장소 예약 등 심부름 수준의 사적 업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리닉 감찰관이 조사 중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의회 감독 당국자들은 리닉 해임을 그가 폼페이오 장관 관련 조사를 한 데 대한 직접적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에게 리닉을 경질하라고 요청한 인물이 바로 조사 대상인 폼페이오 장관이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은 연방 공무원을 해임할 권리가 있으나 감찰관 조사에 대한 보복처럼 보이면 불법일 수 있다”고 비난했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민주)과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전날 리닉 해임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갑질 의혹에 휘말린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CNN은 그가 경호원들에게 식당 음식을 가져오게 하거나, 조련사에게 개를 찾아오라고 시키는 등 사적 지시를 내렸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리닉 해임을 계기로 여론의 관심이 뜸한 금요일을 틈 타 정부부처 감찰 담당자들을 전격 경질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이달 1일에도 크리스티 그림 보건복지부 감찰관이 직을 내려놨고, 지난달 3일에는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intelligence community) 감찰관이 해임됐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금요일 밤의 뉴스 투척’은 선례가 많은 정치적 속임수”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넨데스 의원은 이를 “금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 평가했다.
금요일 밤의 대학살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 시기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위치한 워싱턴 워터게이트빌딩에 1972년 괴한이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워터게이트 스캔들’ 특별검사 수사 과정에서 닉슨 대통령이 내린 특검 해임 지시를 거부한 법무장관과 차관을 1973년 10월 20일 해임한 사건인 ‘토요일 밤의 대학살’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닉슨 대통령은 위증 등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고 여론이 악화하자 상원 탄핵 표결 직전 스스로 물러났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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