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언론 갈등 홍콩으로 번질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놓고 촉발된 미국ㆍ중국 간 언론갈등의 불씨가 홍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각) 중국정부가 홍콩에 있는 미국 언론의 작업을 방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 언론인들은 정부 선전(프로파간다)이 아닌 자유 언론 소속으로, 그들의 가치 있는 보도는 중국의 시민들과 세계에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홍콩의 자치권에 영향을 주는 어떤 결정이든 미국이 홍콩의 지위를 평가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의 미국 언론 위협이 홍콩 자치권 평가와 맞물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이달 6일 홍콩 차지권 평가 보고서의 의회 제출을 연기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 이달 21일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거론될 모든 조치들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중국에 대한 무역 우대를 유지할 지 결정한다.
최근 양국간 ‘언론 전쟁’은 코로나19를 둘러싸고 촉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중국은 아시아의 진짜 병자’라는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중국은 한 달 뒤 중국 주재 뉴욕타임스(NY), 워싱턴포스트(WP), WSJ 기자들로부터 기자증을 반납 받으며 사실상 이들을 추방했다. 미국이 올초 5대 중국 관영 매체들을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외교사절단’으로 지정한 것도 원인이 됐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를 봤다”며 피해 보상 차원에서 중국에 1조달러(약 1,224조원) 규모의 관세를 물릴 수 있음을 내비쳤고, 이달 11일부터 중국 언론인의 비자를 90일로 제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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