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무려 세 차례 총선을 치른 이스라엘이 17일(현지시간) 오랜 정치적 교착 상태를 끝내고 연립정부를 출범했다. 집권 리쿠드당 당수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중도 성향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총리직 윤번제’라는 타협을 이뤄내면서다. 이로서 2018년 12월 이스라엘 연정이 붕괴한 뒤 1년 5개월간 이어진 정치적 혼란도 매듭을 짓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새 연정에서도 총리직에 지명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크네세트(의회)에 출석해 취임 선서를 하고, 연정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5선 고지에 오른 강경 우파 성향의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 14년 2개월로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에 등극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당초 올해 3월 열릴 예정이던 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8년 12월 연정 붕괴 이후, 지난해 4월과 9월 각각 조기 총선을 치렀으나 네타냐후 총리뿐 아니라 중도파 지도자 베니 간츠 대표도 연정을 꾸리지 못했다. 이에 올해 3월 2일 총선이 다시 실시됐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가 18개월 동안 총리직을 먼저 맡은 뒤, 간츠 대표가 내년 11월부터 총리직을 이어받기로 하는 모종의 정치적 타협이 이뤄졌다.
당초 간츠 대표는 부패 혐의를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와는 연정 구성에 있어 손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지만, 지난 3월 코로나19 위기 해결을 명분으로 ‘비상 내각’이 필요하다며 입장을 바꿨다. 새 연정엔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리쿠드당과 샤스 등 유대주의 종교정당, 중도 청백당, 중도 좌파 노동당 등이 참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으로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공식 합병하는 문제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정책은 계속될 전망이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점령한 지역이며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이곳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이 합병으로 우리가 평화와 멀어지는 게 아니고 오히려 더 가까워질 것이다”라며 정착촌 합병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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