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상파악, 강제수사 시점에 영향 줄 듯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자금유용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짐에 따라 검찰도 조만간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서 진상파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시민단체들이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등을 고발한 횡령 의혹 사건을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에 배당했다. 형사4부는 공정거래 및 경제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다.
의혹의 핵심은 정의연 등으로 들어온 기부금이나 국고보조금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됐는지 여부다. 국세청 홈택스에 공개된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 자료를 보면 정의연의 기부금 지출총액과 세부사용내역은 연도별로 6,000만~2억4,000만원 차이가 난다. 위안부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시세보다 비싼 7억5,000만원에 매입한 뒤 싼값에 팔았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윤 당선인 등이 기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거나, 주변인 등의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단체에 손해를 끼쳤다면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국가보조금을 둘러싼 의혹은 법의 칼날이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2016~2019년 총 13억여원의 보조금을 받았음에도 결산서류에는 5억여원으로 기재했다. 대법원은 국가보조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목적과 다른 사업에 임의로 이용했다면 횡령죄로 보고 있다. 경비가 부족한 다른 사업분야에 쓴 것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정의연 측은 회계상의 오류일 뿐, 사적인 유용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미 공시된 자료 등을 토대로 의혹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추적 등을 통해 회계상 비어있는 자금의 실제 사용처도 확인하는 것이 다음 수순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완급 조절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위안부 등 외교 문제와 연결된 사안 데다 관계 부처에서도 정의연의 기금 운용 내역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불거진 의혹만 놓고 보면 그렇게 복잡한 사건은 아니다”며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수사 시점을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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