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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이 우승했는데 왜 김리안이 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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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이 우승했는데 왜 김리안이 울었을까

입력
2020.05.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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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안(오른쪽)이 17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자 박현경을 축하해 준 뒤 돌아서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주=김형준 기자
김리안(오른쪽)이 17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자 박현경을 축하해 준 뒤 돌아서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주=김형준 기자

박현경(20ㆍ한국토지신탁)이 생애 첫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을 확정한 순간, 그린 위에 올라가 꽃을 뿌려 준 동료가운데 유독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이가 있다. 우승자 박현경보다 한 살 많은 김리안(21)이다. 그는 축하 세리머니 후 그린을 빠져나오면서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왜 그렇게 우느냐”고 물었더니, 묵묵부답이다.

17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ㆍ6,607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박현경의 우승을 현장에서 지켜본 동료들은 하나같이 내 일처럼 기뻐했다. 그 가운데서도 박현경이 엄마처럼 여긴다는 김리안은 제 일처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17번 홀에서 홀인원의 감격을 맛 본 김리안은 절친의 우승까지 더하며 잊지 못할 기억을 새겼다.

박현경의 지난해를 돌아보면 ‘절친의 눈물’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박현경은 지난해 신인 가운데서도 아픈 손가락이었다. 동갑내기 조아연(볼빅)이 2승과 신인왕을 차지하고 임희정(한화큐셀)이 3승을 차지하는 등 신인들끼리만 8승을 합작한 사이 박현경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건 꽤나 아쉬운 결과였다.

박현경(왼쪽)이 17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로부터 꽃잎 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박현경(왼쪽)이 17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로부터 꽃잎 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2014~17년 국가대표를 지냈고, 2017년 송암배에서 29언더파 259타로 아마추어 역대 72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던 박현경은 KLPGA 데뷔 첫해던 지난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우승 기회는 더러 있었지만, 매번 뒷심 부족으로 밀려났다. 박현경 스스로도 지난해를 “속상하고 답답하고 두려웠던 해였다”며 “경기가 안 풀릴수록 계속 위축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을 정도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지인들 속도 타 들어 갔을 터. 김리안 같은 절친은 물론, 지난 겨울 이시우 프로 아래서 박현경과 함께 훈련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 역시 박현경을 아꼈다. KLPGA 데뷔 시즌 김민선(25) 백규정(25)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터라 박현경의 심경을 누구보다 이해하기 때문이다.

박현경은 절친 언니들의 응원 아래 겨우내 훈련을 거듭해 더 강해졌고, 이날 최종라운드를 통해 훈련의 성과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임희정, 배선우와 경쟁에서 끝까지 흔들리지 않으며 4라운드에서만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대 첫 우승이자, 데뷔 후 첫 승. 그간 쌓인 아쉬움을 한 번에 씻어 낼 법한 우승이었다.

박현경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전날 고진영 언니와 통화를 했는데 ‘우승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셨다”며 “욕심내지 말라는 의미였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은 하늘에 맡기자는 생각으로 오늘 경기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했다. 김리안 등 동료들이 함께 눈물 흘린 데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리안 언니는 워낙 친하게 지내서 지난해 나의 고충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운 것 같다”고 전했다.

양주=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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