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ㆍDC코믹스 아성 뚫고
별점ㆍ좋아요 등 양방향 교감으로
모바일 익숙한 Z세대 이목 끌어
실 사용자 연 평균 증가율 71%
“잠깐, 주인공이 얼음을 녹일 수 없다니… 스스로가 불이잖아요?”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그릴 때는 좀 더 잘 설명해야겠네요. 저건 얼음이 아니라 끈적한 물질이거든요.”(미국 ‘웹툰’ 서비스 게시작 ‘결함(Defects)’ 2화에 달린 독자와 작가의 댓글)
웹툰에 댓글을 단 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의문을 해소해줄 작가의 답변이 달린다. 우리나라에서는 꽤 익숙한 장면이지만, 출판된 종이 만화가 익숙한 미국에서는 생경한 소통법이다. 현지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마블코믹스’ ‘DC코믹스’ 등 수십 년 아성의 출판 만화 문화에 열광해온 미국 독자들은 이제 모바일 기기로 편하게 즐길 수 있고 작가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웹툰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선봉장에 국내 기업 네이버가 있다.
17일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네이버웹툰 북미 지역 결제자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했고 1인당 결제 금액은 2배 성장했다. 지난해 북미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지난해 9월 900만명을 달성한 지 두 달 만에 1,000만명을 넘겼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간 미국 지역 MAU 연평균 성장률은 71%를 기록했다. 2014년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진출을 시작하며 미국에는 다소 생소했던 ‘웹툰’이라는 개념을 선보인 지 6년 만에 미국에서도 ‘웹코믹스(Webcomics)’ 산업이 본격적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웹툰 시장이 성장했던 우리나라와 달리 세계 만화 시장 2위 미국은 아직도 전통적인 출판 만화, 특히 히어로 만화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만화 작품은 마블코믹스의 ‘엑스맨’ 시리즈 신간 ‘리턴 오브 울버린’이었으며 2~5위는 모두 DC코믹스의 히어로 만화가 차지했다. 최근 만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각종 히어로 영화가 나오며 젊은 층의 관심도가 일부 증가하긴 했지만, 독자층 대부분은 1970~8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중장년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세로 스크롤(화면을 세로로 내리면서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라는 모바일 친화적인 환경을 갖춘 네이버웹툰은 미국 사용자의 75%가 14~24세일 만큼 Z세대(10대 중반부터 24세 이하의 젊은 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북미 Z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iOS 엔터테인먼트앱 중에서 네이버웹툰이 넷플릭스, 틱톡, 훌루 다음인 4위를 차지할 만큼 인지도가 높다.
네이버웹툰이 미국 독자, 특히 Z세대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현지 만화시장에 없던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데다 작가와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덕분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독자들은 댓글로 반응을 남기고 회차별로 ‘별점’이나 ‘좋아요’ 등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활발히 하고, 작가들도 디지털상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와 소통한다”며 “작가와 독자 양쪽 모두 만족감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마추어 작가들의 공간 ‘캔버스(CANVAS)’에서는 독자 반응에 따라 정식으로 연재 작품이 결정되는 터라 독자들이 효능감을 누릴 수 있다.
현지 출판 만화 강자들도 스마트폰 앱(DC유니버스, 마블언리미티드)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존 출판만화 형식 그대로 앱에 옮긴 수준이라 독자와의 교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3월 미국 코믹스 앱 MAU 순위를 보면, 네이버웹툰 실사용자 수가 DC유니버스의 12배, 마블 언리미티드의 48배로 나타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세계 만화시장에서 디지털만화 점유율이 2013년 10.7%에서 2022년이면 27.2%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추세가 다소 약한 미국에서도 Z세대가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웹툰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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