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 ‘반도체 전쟁’에 中 “보복” 큰소리… 반격 카드는 마땅찮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 ‘반도체 전쟁’에 中 “보복” 큰소리… 반격 카드는 마땅찮다

입력
2020.05.17 17:50
수정
2020.05.17 22:02
2면
0 0

반도체 국산화율 15% 불과

美 수입 거부는 ‘자살행위’

내수ㆍ외자 맷집 강조 주력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사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사카=AP 연합뉴스

중국은 반도체 공급을 전면 차단하려는 미국의 공세에 “강력한 보복”을 공언하며 일단 큰소리쳤다. 하지만 미국에 타격을 가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터라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는 경제 체력을 강조하며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고강도 수출 규제와 관련해 “전 세계 공급망과 가치사슬을 파괴하는 불합리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퀄컴ㆍ시스코ㆍ애플ㆍ보잉 등 미국 업체들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항전을 촉구했다. 중국은 21일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있어 미국의 공세에 한 치도 밀려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호언과 달리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에 확연한 열세다. 2015년 이후 반도체는 원유를 넘어선 최대 수입품이다.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수요는 2000년 7.2%였지만 올해 46%로 6배 이상 늘었다. 과도한 수입 의존도 때문에 미국이 중국으로 향하는 조달선을 실제로 끊을 경우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은 15%에 불과하다. 앞으로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적잖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만큼 당장 미국에 맞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상위 20개 반도체 상장회사의 시가총액도 미국의 10% 수준이라 몸집에서도 차이가 크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 반도체를 거부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애플이나 보잉 등을 겨냥하기도 쉽지는 않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당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지만 애플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애플이 생산기지를 인도로 이전할 방침이어서 더 아쉬운 건 오히려 중국이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에 맞춰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 구매를 공언함으로써 보잉을 긴장시켰지만, 지금은 유럽 내 대중 여론도 악화돼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대형 항공기 생산 능력이 부족해 어느 쪽에서든 수입하지 않으면 여객ㆍ물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중국 매체들은 “견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9.1%, 올해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4%와 7.3% 증가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경제 중심지 상하이의 올 1분기 외자 유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도 전년 대비 4.5% 늘었다. 중국은 “때릴수록 더 강해질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 이를 악물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