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짜리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인도네시아를 뒤집었던 15세 소녀가 사실은 오랫동안 성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피해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임신 14주차인 소녀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17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3월 이웃집 5세 여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15세 A양은 최근 자카르타 동부 지역 경찰병원에서 진행된 신체 및 심리 검사에서 임신 14주 판정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자카르타 주정부 사회부의 사회복지국은 A양이 아주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그것도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회복지국 관계자는 “A양은 한 번에 두 가지 위치에 있다, 그는 살인 용의자이자 성폭력 피해자”라고 말했다.
A양 사건은 3월 6일 A양이 제 발로 자카르타의 한 경찰서에 찾아와 범행을 자수하면서 알려졌다. A양 집을 수색한 경찰은 A양 방 옷장에서 이웃집 5세 여아의 시신을 찾아냈다. 아울러 우는 여자와 밧줄에 묶인 사람 등을 그린 그림과 ‘아이를 고문하고 싶다’ 같은 글이 적힌 종이도 발견했다. 경찰은 A양이 영화 ‘사탄의 인형’ 주인공인 처키를 숭배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이웃들은 “A양은 부모가 일찍 이혼해 아버지와 계모 밑에서 자랐다”고 증언했다. 이에 경찰은 불우한 가정 환경과 공포 영화에 대한 그릇된 열광을 살인의 동기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은 현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A양이 상습적인 성폭행 범죄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이번에 새롭게 밝혀지면서 사건의 양상과 최종 법적 판단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A양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논리적인 결론을 찾으려면 A양이 당한 성폭행 범죄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A양은 현재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청소년재활센터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14일 A양의 친척 아저씨 두 명과 남자친구 한 명을 A양 성폭행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포하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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