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경 봉쇄령 내달 해제
EU 회원국 국민에 국한될 가능성 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실상 전세계 국경이 폐쇄된 가운데, 이탈리아가 내달 3일 국경 봉쇄를 풀겠다고 예고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관광 산업을 살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이탈리아 여행도 가능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16일(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거쳐 국경을 다시 열고 이탈이아인의 이동 제한을 전면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이탈리아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내달 3일부터 이탈리아 여행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이탈리아 행을 막는 한국 정부의 강제 조치는 없다. 외교부는 17일 현재 이탈리아를 포함한 전세계 국가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특별여행주의보는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이 있는 국가 혹은 지역에 발령하는 것으로, ‘여행 자제 권고’와 ‘철수 권고’의 중간쯤 되는 수위다. 다만 ‘권고’일뿐, 법적 강제성은 없다. 즉, 최근까지 이탈리아 방문이 제한됐던 것은 이탈리아 정부의 봉쇄령 때문이지, 한국 정부의 조치와는 무관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이탈리아가 국경을 다시 연다고 곧바로 이탈리아로 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탈리아의 여행 허가 조치가 모든 외국인들에 해당하는 것인지부터 현재로선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탈리아의 국경 봉쇄 해제 조치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한 셍겐조약 회원국 국민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한국인들의 이탈리아 방문도 가능해지길 기대하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는 “이탈리아의 이번 여행 해제 조치가 EU 거주자에 국한된 것인지는 정부 발표에서 당장 명확하기 드러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이탈리아 일부 지역은 신속한 이동 제한 완화를 정부에 요청했지만,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차 감염의 확산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 완화를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봉쇄령이 전면 해제된다고 해도 이탈리아를 오가는 항공기 운항이 즉각 정상화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중단됐던 노선 운항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경계심은 낮아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누적 확진자 수가 22만을 넘어서는 등 여전히 코로나19 고위험 국가다. 여행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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