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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2차 무역전쟁 신호탄 된 반도체… “삼성전자엔 반사익보단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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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2차 무역전쟁 신호탄 된 반도체… “삼성전자엔 반사익보단 악영향”

입력
2020.05.18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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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화웨이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선 차단… 국내 업체 판로 축소 우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 “중국 애국소비만 부추겨” 관측 분분 

미국 정부가 15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ICT기업 화웨이에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수출규정을 개정하면서 미중 간 무역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상가 건물 외벽에 부착된 화웨이 로고. 베이징=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5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ICT기업 화웨이에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수출규정을 개정하면서 미중 간 무역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상가 건물 외벽에 부착된 화웨이 로고. 베이징=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화웨이에 대한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는 고강도 제재에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스마트폰 2위의 대형 생산업체인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있어 주요 고객사이자 경쟁사다. 일각에선 우리 기업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그런 전망이 순조롭게 실현되기엔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화웨이의 통신기기 생산에 당장 차질이 빚어질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기업의 판로가 더욱 악화될 거란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화웨이는 한국 업체로부터 연간 12조원어치(2018년 기준)를 납품 받는 ‘큰손’이다.

 ◇화웨이 반도체 수급로 끊은 미국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개정 수출규정은 화웨이 생산품이 국가안보상 위협이 된다는 명분을 들어 화웨이가 미국 이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에 반도체 제작을 의뢰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해외 파운드리 회사가 △화웨이 및 계열사가 설계한 반도체 칩을 △미국산 또는 미국 기술이 적용된 장비로 생산해 화웨이에 공급할 경우 미국 당국에 사전 허가를 얻도록 규정했다. 대부분의 파운드리 장비는 미국 기업이 장비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만큼 사실상 모든 파운드리 회사를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5월 자국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없도록 한 조치를 전 세계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 제작에 막대한 반도체 칩을 사용하는 화웨이는 지난해 규제로 퀄컴, 인텔 등 미국 반도체 제조기업의 부품 공급이 끊기자,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필요한 칩을 설계한 뒤 이를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 등에 의뢰해 생산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미국의 수출규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될 경우 화웨이는 제품 생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이 화웨이의 최대 반도체 생산 의뢰처인 TSMC를 규제망에 편입할 거란 소식이 나오자 화웨이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SMIC에 물량을 분산해 왔지만, SMIC는 칩 제조기술 측면에서 TSMC에 크게 뒤진다. 예컨대 화웨이가 자체 설계 및 TSMC 위탁 생산으로 자사 최신폰에 탑재하고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980’은 회선 폭이 7나노미터(㎚, 10억분의 1m)에 불과하지만, SMIC가 제작할 수 있는 최소 회선 폭은 14나노미터 수준이다.


 ◇반사이익 전망 없지 않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어 이번 규제의 직접 대상은 아니다. 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화웨이는 고객사가 아니라 당장의 매출 타격은 없다.

그렇지만 화웨이가 TSMC와의 거래관계 단절로 시스템반도체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스마트폰, 통신장비 등 완성품 생산이 감소할 수 있고, 이 경우 국내 업체들의 칩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이 차질을 빚었던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 화웨이가 제외됐다.

D램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사정이 더 복잡하다. 화웨이가 단순한 고객사가 아니라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시장의 주요 경쟁사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 5월 미국의 화웨이 1차 규제 때 구글이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주요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하자,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확실히 누리려면 현재 점유율 1%대에 불과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해야 하는데, 이번 제재가 중국의 ‘애국 소비’ 심리를 부추길 가능성을 감안하면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미엄폰에서 강세를 보이는 삼성전자가 화웨이가 구축한 이른바 ‘가성비(낮은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 폰’ 시장을 뚫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있다.

이번 제재와 맞물린 미국의 ‘반도체 자급화’ 추진 정책에 호응해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파운드리 생산기지 건설에 나선 점도 삼성전자에 부담이다. 미세공정 기술 면에선 대등하지만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지난해 4분기 TSMC 52.7%, 삼성 17.8%)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이 회사가 퀄컴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 현지 고객사를 보다 적극 공략할 경우 삼성이 되레 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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