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기존 자국산 반도체 공급 규제를 전 세계 반도체 생산국으로 전면 확대하는 ‘반도체 봉쇄책’을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화웨이가 (미국산뿐 아니라) 미국 기술로 만들어진 (모든)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월부터 시행되는 새 규정은 전 세계에서 미국산 장비나 기술 등을 사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납품할 경우, 미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해 한국ㆍ대만산 반도체 수출까지 차단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책임론’을 제기하며 높여온 대 중국 통상압력의 본격 공세인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를 봤다”며 피해 보상 차원에서 중국에 1조달러(약 1,224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방침을 시사했다. 14일에는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추방 가능성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들에 화웨이의 5G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해 왔다. 중국 정부가 장비에 내장된 스파이칩을 통해 정보를 감청해 미국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훼손 가능성에 대비해 자국 내에 충분한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반도체 자국주의’도 적극 추진해 세계 1, 2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 공장의 자국 유치 및 설비 확장을 꾀하고 있다.
화웨이 반도체 봉쇄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 2차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문제는 이번 갈등이 재선을 의식한 트럼프의 정치적 제스처라 해도, 향후 첨단기술 보호무역주의와 무역시장의 블록화를 가속시킬 경우,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도 단기적으론 우리 기업의 휴대폰이나 5G 장비 수출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기술ㆍ부품 공급망 훼손과 시장 위축으로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단기 손익보다 장기적 영향을 감안한 글로벌 교역전략의 재정비가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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