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며 내가 가진 에너지를 100% 이상으로 쏟아냈습니다.”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28.371%) 기록을 쓰고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주연 배우 김희애는 16일 마지막 방송을 내보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17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밝힌 작품 종영 소감에서 “지선우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홀로 고독했지만,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주신 시청자 덕분에 덜 외로웠다”며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부부의 세계를 만나 치열하게 슬펐고, 애틋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마지막 장면 찍고 한동한 감정 추스르기 어려웠어요”
김희애는 이 드라마에서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외도로 평온한 삶을 잃게 된 뒤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지선우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해내 호평받았다.
마지막 촬영을 끝낸 뒤엔 “실감이 잘 안 났고 한동안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다”며 “애달픈 시간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울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모든 배우들과 제작진, 스태프들이 무탈하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 감사했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의 인기에 대해선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로 촬영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감정 조절이 필요해서 조용히 대기하다 현장에 나갔었다”며 “촬영이 없는 날은 혹시라도 피해가 될까 봐 최대한 집에서 머물기도 해서 직접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온라인상에서 실시간 반응이 뜨겁다는 걸 보며 신기했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모든 장면 연기가 산 너머 산… 혼신의 힘 쏟아 후회 없죠”
오랜 촬영 기간 지선우로 살아왔던 그는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는 “지선우는 복수의 화신 같은 모습이 강렬했지만 따뜻한 엄마였고, 의사로서 일도 열심히 했다. 할 일이 많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부부의 세계’ 출연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선 “지선우가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캐릭터라서 더 도전하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상황과 캐릭터여서 두렵기도 했지만, 촬영하면서 점점 지선우에게 연민을 느끼고 응원하는 마음이 커져 몰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희애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지선우가 이태오의 생일파티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을 꼽았다. 그는 “남편보다 동료, 지인들의 배신이 오히려 충격이 컸다. 혼란과 슬픔이 밀려와 지선우의 감정에 휩쓸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선우는 감정 소비가 정말 많은 캐릭터라 매 신(sceneㆍ장면)이 산 넘어 산이었다. 혼자 감정 컨트롤도 많이 해야 했고, 감정에 집중하려 노력했다”며 “그렇다고 쉽게 했으면 그만큼 감흥이 떨어졌을 거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 쏟아서 후회도 없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선우 이태오 커플의 아들인 준영 캐릭터에 대해선 “아빠 엄마의 분열 과정을 다 지켜보며 받은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됐다”며 “지선우 역시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좋은 엄마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남편과 위태로운 관계에서 아들을 헤아리지 못했고, 이혼을 위해 그 마음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 내겐 기적이고 선물 같은 작품”
드라마가 16부 내내 팽팽한 긴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 대해선 연출자와 작가, 동료 배우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모완일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주현 작가의 필력이 깃든 대본의 힘이 발판이 됐다”며 “그 분위기에 녹아 들어 저 역시 늘 긴장 속에 살았다. 현장 분위기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배우들이 모두 진지하게 임해서 드라마의 톤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박해준씨는 워낙 연기를 잘하는데 상대방까지 연기를 잘하게 만드는 능력을 갖춘 배우”라고 칭찬하며 “정말 지선우와 이태오로 혼연일체 돼 서로 사랑하고 미워했다”고 말했다.
또 “사실 한소희(여다경 역), 이학주(박인규), 심은우(민현서) 등 많은 배우가 낯선 얼굴들이었는데 촬영을 해보고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지금껏 어디에 있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놀랐다”며 “그들을 보며 마지막까지 자극을 받으며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김희애는 마지막으로 “‘부부의 세계’를 사랑해주시고 애정으로 지켜봐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제게 정말 기적이고,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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