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논란 원격의료… ‘비대면 의료’로 화장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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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논란 원격의료… ‘비대면 의료’로 화장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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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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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원격의료는 수년간 정부와 국회에서 서로 다른 의견들이 논의됐지만 과거보다는 논의 차원이 달라졌다”(4월29일)

“기획재정부도 비대면 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 오고 있다”(5월14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입장을 두 차례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보름 사이 ‘원격’에서 ‘비대면’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의료계 반발을 의식한 청와대와 여당이 원격이 아니라 비대면 의료라고 선을 긋고 나선 데 이어 기재부까지 새로운 명칭을 내세운 것이다. 20년 간 ‘의료민영화’이란 굴레에 갇혀 한 발도 나가지 못했던 ‘원격의료’ 대신 새로운 프레임을 앞세워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영화 프레임에 갇힌 원격의료 

1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원격의료 개념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지식정보화 사회 구현을 위한 규제개혁 추진과제’로 거슬러간다. 이후 2002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멀리 있는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진료를 하는 의료인-의료인간 연결 방식의 원격의료가 도입됐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이후 20년 동안 원격의료는 의료 단체 등의 반발로 논란만 거듭했다. 2010년에는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처음으로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고, 이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지만 한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형병원 쏠림과 대기업 배불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원격의료가 영리병원 문제와 묶여 논의되면서 의료민영화의 상징적인 정책이란 프레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가 일부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특히 원격의료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여당에서도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코로나 확산으로 시민들의 의식도 완전히 바뀌었다”며 “원격의료 문제는 이념보다는 실용주의 측면에서 고민하고, 소비자 후생을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반감 강한 ‘의료민영화’ 

문제는 여전히 ‘의료 민영화’에 대해선 반감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같은 말’인 비대면 의료란 표현이 등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리적인 이미지가 강한 원격의료 대신 비대면 의료의 공공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원격의료는 과거 역사적 논쟁의 경험 속에서 대립 구도가 뚜렷한 단어로 낙인 찍혀 이를 피할 표현이 필요했다”며 “과거 이명박 정부가 ‘영리병원’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자개방형 병원’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낸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비대면 의료는 전화를 통한 진료 상담이 주를 이루는 만큼 규제완화가 아니라 기존 의료체계를 보완하는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규제 완화와 의료 영리화 차원의 원격의료 도입에는 반대한다”며 “의료 접근성의 제약을 받는 군부대, 원양선박, 교정시설, 도서ㆍ벽지에 있는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대면진료를 대체, 보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대면과 비대면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완전히 막기 보다는 특수한 조건에서만 비대면 의료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안전지대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이 대표도 “동네 의원들이 기존 방문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에 한해 원격의료를 도입한다거나, 정부가 추진중인 노인 커뮤니티케어 사업에 반영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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