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폐쇄했던 국경을 오는 6월 3일부터 다시 개방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초 유럽에서 가장 먼저 전국 봉쇄 조치를 실시한 지 두달 여만이다. 일일 사망자 수가 봉쇄 이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이탈리아 경제의 13%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 재활성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는 내달 3일부터 국내외 여행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이에 따라 유럽 내 인적ㆍ물적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협정’ 가입국의 관광객들은 14일의 강제 격리 기간 없이 이탈리아에 입국할 수 있다. 또 당국은 자국민 이동 제한 조처도 내달 3일부로 완전히 해제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업무상 또는 건강상의 이유에 따른 입출국은 허용해 왔으나 관광 목적의 이동은 금지해왔다. 이에 이번 조치로 이탈리아 국민들도 솅겐협정 가입국으로 여행이 가능하게 됐다. 다만 당국은 ‘솅겐협정’ 가입국 관광객은 격리 기간 없이 입국이 허용되나 “역학 위험의 적정성ㆍ비례성 원칙에 따라 (자국민) 해외 이동은 제한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탈리아 내 확산세는 상당 수준 둔화된 상황이다. 16일 일일 사망자 수는 153명으로 지난 3월 초 전국 봉쇄를 실시한 이래 가장 적었다. 물론 여전히 적잖은 수치지만 신규 감염자ㆍ사망자 모두 3월 말 정점을 찍은 뒤부터는 진정세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재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지난 4일 제조업·도매업 등 일부만 우선 정상화했다.
이번에도 일부 주(州) 정부는 즉시 봉쇄령을 해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점진적인 완화가 필요하다는 콘테 총리의 의견이 반영돼 시점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콘테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국경 개방 시) 우린 전염 곡선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탈리아 기업들이 백신 개발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우리는 그 위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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