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빅리그서 가장 먼저 재개… ‘키스 세리머니’ 눈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가 2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한국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이재성(28ㆍ홀슈타인 킬)은 재개 첫 경기서 득점과 도움을 작렬했다.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ㆍ스페인ㆍ이탈리아ㆍ독일ㆍ프랑스) 가운데 유일하게 재개한 분데스리가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먼저 터진 득점이다. 득점 후엔 ‘덕분에 세리머니’로 의료진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재성은 16일 오후 독일 레겐스부르크의 레겐스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 시즌 독일 2부 분데스리가 26라운드 SSV 얀 레겐스부르크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했다.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 얻은 코너킥 기회에서 크로스가 뒤로 흐르자 이재성이 골 문으로 달려들어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난 3월 13일 중단된 분데스리가는 이날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재개했다. 코로나19로 시즌을 중단했던 빅리그 중에서는 분데스리가가 가장 먼저 다시 시작한 터라 이재성의 골은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먼저 터진 골인 셈이다.
득점 후 이재성은 반대편 코너 쪽으로 달려가며 엄지를 펼친 오른손을 왼손 바닥 위에 올려놓는 ‘덕분에 세리머니’를 펼쳤다.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 때문에 많이 알려진 세리머니다. 이재성은 이날 풀타임을 뛰면서 후반 13분 핀 포라스의 추가 골도 돕는 등 1골 1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쳤지만 소속팀은 두 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상대에 내리 두 골을 내줘 2-2로 비겼다.
이날 문을 연 분데스리가는 지난 8일 개막한 K리그와 마찬가지로 무관중 경기 속에 철저한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BBC는 “선수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여러 대의 버스에 나눠 탄 뒤 경기장에 도착했다”며 “이미 선수단은 이번 경기를 위해 지난 일주일 동안 팀 호텔에 모두 자가격리 돼 여러 차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고, 선수들은 물론 취재진과 경기 진행요원들 모두 발열검사를 받은 뒤 입장할 수 있었다. 경기장 주변에는 경찰이 배치돼 팬들이 모여들지 않도록 순찰했다. 독일축구협회(DFB)와 독일축구리그(DFL)의 지침에 따라 경기장 안에는 선수단과 볼 보이 등 98명과 보안ㆍ의무ㆍ미디어 등 115명을 합친 213명만 입장할 수 있었다. 특히 경기당 교체선수를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린 ‘임시 규정’을 활용한 구단도 많았다.
선수들은 골 세리머니를 생략하거나, 손 대신 팔꿈치를 부딪치며 득점을 축하하는 등 경기 중에도 접촉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헤르타 베를린과 호펜하임전에선 베를린 수비수 데드릭 보야타(30)가 득점이 터지자 마르코 그루이치(24)의 볼에 키스 세리머니를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베를린의 브루노 라바디아 감독은 “선수들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많이 받았기에 (세리머니를)허용했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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