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이 검찰간부 정년 연장 여부 결정
“검찰청법 개정 항의” 트윗 1,000만건
전직 검찰총장도 “정치권력 개입” 비판
주변 인사 잇단 수사에 검찰 길들이기
“불 난 집에서 도둑질하는 격이다.”
일본에서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긴급사태 선언 와중에 해당 조항 신설을 명분 삼아 개헌론을 띄우더니 내각이 검찰간부의 정년 연장을 결정토록 한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까지 추진하면서다. 충분한 공감대 없이 국민투표가 필요한 개헌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자 국회에서 수적 우위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검찰청법 개정부터 나선 모양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은 모든 검사의 정년을 만 63세에서 65세로 연장하고 차장검사ㆍ검사장 등 고위직은 63세에 보직에서 물러나 평검사가 되는 직무정년 실시 방안을 개정안에 담았다. 논란의 핵심은 특례조항이다. 내각의 결정만으로 검찰총장, 직무정년이 된 차장검사ㆍ검사장 등이 최장 3년간 정년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장관은 15일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정년 연장 기준에 대해 “인사원 규칙에 준해서 구체적으로 정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를 두고 내각이 입맛에 맞는 인사들만 정년을 연장해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아베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정치적 타산에 골몰하자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자민당이 법안 심의를 강행한 8일부터 1주일간 ‘검찰청법 개정에 항의한다’는 해시태크를 단 트윗은 1,000만건이 넘었다. 정치적 의사 표현에 신중한 일본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마쓰오 구니히로(松尾邦弘) 전 검찰총장 등 14명의 전직 검찰간부들은 15일 법무성에 “검찰인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사 등 500여명은 오는 21일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과 관련해 아베 총리와 후원회 간부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도쿄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총리관저가 법안 개정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총리 주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거론된다. 도쿄지검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성 차관 출신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 중의원 의원을 수뢰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차관 재직 당시 정권의 핵심사업인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IR) 정책 담당자였다. 아베 총리 보좌관 출신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장관도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아내의 당선을 위해 금품을 건넨 혐의로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퇴직을 1주일 앞둔 친 정권 인사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기존의 법 해석을 바꾸면서 무리하게 연장했다. 그를 오는 8월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검찰발 악재를 관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