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로봇 동작제어 전문 기업 ‘알에스오토메이션’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나라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의 기술 자립 중요성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일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경쟁력을 격주로 소개합니다.
풍신연등(風迅鳶騰·바람이 거셀수록 연이 높게 난다). 강덕현(62) 알에스오토메이션 사장이 늘 마음에 새기는 말이다. 세계 로봇 시장을 주름잡는 일본, 독일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때마다 그는 이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고 했다.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알에스오토메이션은 로봇 동작제어 전문 업체다. 쉽게 말하면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로봇의 3대 핵심 부품은 사람의 두뇌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 근육에 해당하는 ‘드라이브’, 손발이라 볼 수 있는 ‘엔코더’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이 부품들은 일본과 독일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2010년 설립된 알에스오토메이션이 지난 10년 간 3대 부품의 국산화에 차례차례 성공했다. 국내에서 컨트롤러와 드라이브, 엔코더를 모두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알에스오토메이션뿐이다.
알에스오토메이션은 2017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23비트급 엔코더를 개발해 경쟁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23비트급은 엔코더 모터가 한 바퀴(360도) 회전할 때 2의 23제곱분의 1 단위로 쪼개 제어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상을 초월하는 초정밀 제어가 가능한 것이다. 알에스오토메이션은 현재 25비트급 엔코더도 개발 중이다.
알에스오토메이션이 만든 부품들은 스마트 공장의 로봇뿐 아니라 우리나라 핵심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각종 자동화 설비에 들어간다. 또한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의 롤러코스터, 국방 자주포, 드론, 수술용 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적인 산업 자동화 업체인 미국의 로크웰, 일본의 야스카와 등이 알에스오토메이션의 부품을 쓴다. 일본에 공장이 없으면서 야스카와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은 알에스오토메이션이 유일하다고 한다.
강 대표는 “로봇 부품의 경쟁력은 기술과 가격에 국한하지 않는다. 갑자기 거대한 공장이 멈추거나 급강하하는 놀이기구 제어가 잘못되면 사람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며 ”우리 제품이 세계적인 기업의 공장과 로봇, 유명 테마파크 놀이기구에도 설치됐다는 건 기술은 물론 신뢰성까지 검증됐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5년 미국에서 로봇, 인공지능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귀국해 삼성전자 자동화 연구소장을 지냈다. 이후 로크웰과 삼성의 합작법인 사업을 총괄하다가 2010년 알에스스오토메이션을 창업했다.
강 대표는 창업 후 로봇 부품을 국산화하는 과정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중소기업이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자해 10년 이상 기술개발로 승부를 거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는 그의 말에서는 25년 이상 ‘한 우물’만 판 전문가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로봇 동작제어 분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공지능 로봇을 통한 스마트공장 무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라며 “기존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의료와 섬유 등의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해 세계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브레인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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