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헌정 첫 여성 국회부의장’ 도전… “적극적 중재자 될 것”

“여야 입장 차가 첨예할 때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중재자, 대화의 가교가 되려고 해요. 아무래도 제가 여성이라 대화를 풀어내기도 더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73년 국회 역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에 도전하는 4선의 김상희(66)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하는 국회’에선 의장단의 역할도 더 ‘소통형’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의원은 15일 오전 “대화와 협치를 위한 새로운 여성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며 ‘21대 국회 부의장’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177석을 확보해 국회의장과 부의장에 모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여성 중진을 중심으로 한 다수 민주당 의원들의 독려와 지지가 김 의원 출마의 배경이 됐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여러 갈등 관리, 정책 조율의 경험, 여성 리더십을 살려 국회에서 여야가 적극적인 타협과 협치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4선의 관록과 노무현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장, 문재인 정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을 지낸 경륜 등을 토대로 국회 개혁과 일하는 국회의 적극적 중재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은 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하는 강점이라 자신했다. 김 의원은 “원내에서 원내수석부대표가 역할을 많이 하듯, 부의장도 의장님을 보좌하고 여야 간 중재 역할을 잘 하면 국회가 많은 것의 매듭을 잘 지을 수 있지 않겠냐”며 “제가 여성이라는 것 자체가 새로우니 새로운 시도, 새로운 부의장 상 조성도 더 잘 통할 것 같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여성 국회부의장 등장은 상징적 측면은 물론 내용면에서도 정치 발전의 큰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김 의원은 “첫 의장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우리 의원들의 개혁 의지, 21대 국회의 개혁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시금석”이라며 “정말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출마를 결심했다. 유리천장을 깨라고 기회를 주신 만큼 열심히 해서 유리천장을 깨야 한다”고 각오했다.
그는 “내용적으로 국회의 조직과 운영에도 여성의 시각이 반영이 돼야 하고 여성들의 삶의 의제, 입법 의제를 국회가 더 잘 녹여낼 수 있도록 유념할 것”이라며 “여성 삶의 안전 문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여성 고용 환경 문제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도록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자문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갈 길이 먼 만큼 책임감도 더 무겁다.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내기도 한 김 의원은 “여성운동을 하면서는 여성이 정치하면 싸우는 정치나 폭력적인 국회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꼭 그렇지도 않더라”며 “그 점이 부끄럽고 아쉬운 만큼 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유권자의 절반이 여성인데도, 우린 의장석에 양복 입은 남성 말고 여성이 있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잖아요. 정치라는 게 남성의 영역만이 아니라 여성의 영역이기도 하다는 걸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도 체감 시켜야죠. 이제 때가 됐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당내 후보 추대 움직임이 적극적이었다.
“많이 도와주셨다. 무엇보다 국민들께서 민주당을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주셨다. 정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라는 명령이었다. ‘제대로 한 번 일해보라’는 명령이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부의장에 모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첫 의장단을 구성하는 것도 그런 과정에서 보여드리는 첫 모습이다. 그 첫 모습은 우리 의원들의 개혁적 의지, 21대 국회의 개혁성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출마를 결심했다. 유리천장 깨라고 국민이 기회를 주셨는데 제가 열심히 해서 유리천장을 깨야 한다.”
-주변의 여성 중진 의원들이 특히 적극적이다.
“그간 우리 당은 여성들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도전할 마음, 여건들이 조금씩 쌓인 거다. 과거엔 여성 국회의원이 10% 밖에 안되다 보니 남성 후보께서 친소 관계나, 카르텔, 네트워크 등을 발휘하시면 쉽지 않다. 저도 5선 이미경 의원의 부의장 도전을 적극 지원한 적이 있다. 2번 도전하셨지만 잘 안됐다. 그때마다 제가 정말 열심히 뛰었다.”
-당시에도 선거 직전까지 분위기가 좋았는데.
“그때도 기회였다. 다만 공교롭게 당시가 처음으로 박영선 원내대표가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가 된 시점이었다. 원내대표를 여성을 뽑았는데 꼭 부의장도 여성이어야 하냐는 여론이 있었다. 두 자리 모두 남성 의원이 하시는 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데. 어쨌거나 선거 전 분위기는 좋았는데 결과는 아니었다. 속이 좀 상했다.”

-의장단의 적극적인 역할을 말씀하셨는데.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한 국회법을 개정하는 일부터도 여야는 협상을 통해 해야 한다. 이때 당리당략만 따지면 개정이 어렵다. 국회선진화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원혜영, 정병국, 김무성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 등도 결국 매듭은 못 지었다. 21대 국회의 숙제인데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갈릴 때 이걸 끊어주는 분이 필요하다. 물론 의장께서 하시지만, 의장은 더 무게감이 있으니 부의장이 더 적극 나서서 보좌하면 풀릴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본다. ‘잘 합의 해오세요’ 수준의 노력이 아니라 합의를 이끌 수 있도록 따로 또 같이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대화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끌어내야 한다.
아무래도 제가 여성이니까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실은 여성운동을 하면서는 여성이 정치를 좀 더 하면 싸우는 정치, 폭력적인 국회의 모습을 극복할 것이라 봤는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 이 점이 부끄럽기도 하고 아쉽다. 부의장으로서 대화를 하도록 잘 촉진하고 대안도 함께 제시하면서 책임감 있게 협치의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
-새로운 부의장상을 제시하는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의장이 이끌어나가는데 부의장이 충분하게 돕고 싶다. 원내수석부대표가 역할 많이 하듯 부의장이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면 의장이 매듭을 잘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부의장 상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제가 여성이라고 하는 점 자체가 새로워서 새로운 시도 같은 게 잘 통할 것 같다. 의원들과 관련해서 대화를 할 자리를 마련하는 게 조금 더 부드러울 거다. 당대당이 부딪힐 때 완충 작용도 하고 가교 역할도 하려 한다. 부의장 간에 소통도 더 적극 할 생각이다. 야당 부의장과도 자주 대화하고 말씀을 듣는 모습을 제안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을 ‘성평등 국회 원년’으로 제안했는데.
“73년 헌정사에 한 번도 의장단에 여성이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모든 부분에서 선진국 대열에 있는데 남녀 성평등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여성 국회의원 수도 124위로 꼴찌 수준이다. 19%다. 성별 격차 수준도 2006년도에 비해 후퇴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너무 저조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현역으로 보면 의장은 20%가 여성, 부의장은 25%가 여성이다. 여성 부의장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상징성 면에서 큰 변화다. 국민들 보시기에도 정치라는 게 남성의 영역만이 아니라 여성의 영역이라는 게 체감이 된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모델이 된다. 전반적인 정치문화를 남녀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로 바꿔가고 싶다.
내용적으로는 국회 운영, 조직에 있어 여성의 시각이 반영될 수 있다. 무엇을 바꿔야 성평등 국회로 갈 것인지 과제들을 도출할 계획이다. 또 여성의 삶의 문제, 의제, 입법 과제 등이 국회에서 적극 논의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다. 입법과 예산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시도할 생각이다.
특히 n번방 사건과 같은 여성 안전의 문제, 코로나19로 급속하게 변화에 노출될 여성 고용의 문제, 가족법 개선의 문제, 나아가선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도 모두 숙제다. 부의장이 다 할 수는 없지만 정말 필요한 사안에 관심을 갖고 국회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21대 국회는 정말 일을 해야 하고 달라져야 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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