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강기정 만나 뼈있는 발언… “끌려다니지 않겠다” 메시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부친상을 치르고 14일 공식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국회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여야 원내대표단이 출범하면 한동안 덕담만 주고 받는 ‘허니문 기간’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여권을 향해 ‘호락호락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다. ‘177석(더불어민주당) 대 84석(통합당)’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여당의 속도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주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차례로 만났다. 상견례 자리였으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뼈 있는 말이 오갔다.
문 의장은 “묵은 찌꺼기를 한 번에 계산하자”며 20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재발 방지법 등의 처리를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례적으로 화답하는 대신 “20대 국회 마지막이라 비집고 들어오는 법안이 많으면 졸속이 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숙성된 법안에 찌꺼기라는 표현은 안 쓰고 싶다”고 했다. 문 의장은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듣고도 주 원내대표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강 수석이 ‘고용보험법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여러 민생 법안을 늦지 않게 처리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전하자, 주 원내대표는 “축하하러 오신 줄 알았는데 주문도 많으시다”고 받아쳤다. 또 “꼭 필요한 일은 늦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시간에 쫓겨 (실을) 바늘허리에 꿰서는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얼핏 부드럽게 들리지만 날카로운 경고였다. 국회의 기본 운영 원리는 ‘거의 모든 것을 교섭단체 간 합의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힘이 의석 수보다는 크다는 뜻이다. 더구나 판사 출신인 주 원내대표는 여의도에서 공인 받은 지략가로 꼽힌다.
주 원내대표는 14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첫 번째 공식 회동에서도 “신속에 쫓겨 너무 급하게 하다 보면 졸속이 될 수 있다. 졸속이 아닌 정속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성과와 속도’를 앞세운 김 원내대표를 견제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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