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연구팀 “추세 유지 땐 닷새 뒤 하루 최대 78명 환자 발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파력이 이달 초 황금연휴를 거치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보다 최대치 기준으로 5배 이상 높아졌다는 국립암센터의 수학적 모형 분석이 나왔다. 감염자가 사회적 비난을 피해 검사를 회피할 경우, 이달 20일에는 일일 신규 환자가 최대 78명까지 발생한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의료계에서는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 수준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던 5월 초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초ㆍ중ㆍ고교생의 등교가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태원 집단발병의 여파가 사라지기 전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의료체계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신규 환자 추이 등을 고려해 산출한 신종 코로나의 평균 재생산지수(R)는 2.56이었다. R값은 감염병 환자 한 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를 뜻한다. 한 환자가 2.56명을 더 감염시켰다는 의미다. R값이 1보다 크면 유행이 발생하고, 1보다 작으면 유행이 감소한다. 연구팀은 4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를 14일간 자가 또는 시설에서 격리하고 있기 때문에 R값 산출에 해외 유입 환자의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R값은 황금연휴 이후 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부가 해외 입국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한 3월 9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의 R값은 0.5라고 밝혔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던 2월 18일부터 28일까지의 R값은 3.53이었다. 다만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까지 포함하면 R값은 지난달 30일 이전(0.6)과 이후(1.95) 모두 최대치보다 적게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증가한 이유는 황금연휴 기간 국민의 이동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과 SK텔레콤(SKT)이 모바일 빅데이터를 활용해 SKT 가입자의 주중과 주말 인구이동 정보를 전국적 수준으로 환산한 결과, 국민의 이동량은 한때(2월 29일 토요일) 전년동기대비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달 2일에는 82% 수준으로 회복됐다. 다만 이태원 집단발병이 알려진 이후인 9일에는 75% 수준으로 다시 감소했다.
정부가 당장 방역체계 수준을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으로 강화해도 최근 20명대로 늘어난 지역사회 발생 일일 신규 환자 규모가 다시 한자릿수로 줄어들려면 빨라도 보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도 나왔다. 연구팀은 방역을 강화한 효과가 당장 발생한다고 가정해 R값이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0.6)과 같은 수준으로 낮아져도 일일 신규환자가 10명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점은 다음달 11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주일 뒤(이달 22일)부터 방역 강화 효과가 나타난다면 일일 신규 환자가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시점은 다음달 30일로 전망했다. 최선화 연구원은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환자와 (타인과의) 접촉이 이미 많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비난에 환자들이 검사를 피해 숨는다면 이달 20일에는 일일 신규환자 발생 규모가 최대 78명에 이른다는 전망도 나왔다. R값이 1.95로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검사를 받지 않고 숨어있는 감염자 비율을 0부터 50%까지 10%씩 나눠 산출한 결과다. 숨어있는 환자 비율에 따라 20일 발생할 일일 신규 환자수는 53명(0%)부터 78명(50%)으로 제시됐다. 이달 31일에는 144명(0%)과 452명(50%)로 늘어난다. 전체 감염자 100명 가운데 10명이 숨어있다면 이들로부터 감염자가 30명 이상 더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감염병 확산 위험만 한정해서 살펴보면 등교를 하는 순간 (확산 통제는) 확실히 어려워진다.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이태원 집단발병이 갑자기 발생했지만) 당시 우리가 환자 규모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인 것이어서 (이런 상황에서) 개학을 하면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학생들이 학교 대신 학원을 가고 일상생활을 하는 상황이어서 등교개학 지연이 감염병 확산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우리 생각보다는 적을 수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팀은 연구결과는 이태원 집단발병 이후 전국적으로 내려진 유흥업소 집합중지 등의 방역조치가 없어서 R값이 높게 유지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어서 닷새 뒤에 실제로 발생할 환자는 예측치(53~78명)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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